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직접 겨냥한 ‘2차 공세’를 검토 중이어서 전세계 반도체 조립 및 장비제조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대만 티에스엠시(TSMC) 등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사용한 외국 반도체 기업들이 “화웨이에 반도체 칩·제조장비를 공급하려면 미국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5G 차세대 통신망 장비 구매 거래 등과 관련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규정해 ‘1차 공격’에 나선 바 있다.
18일 <로이터> 통신과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티에스엠시 같은 반도체 기업이 화웨이에 칩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제한·봉쇄하는 내용을 담은 ‘외국 직접생산 규정’(FDPR) 변경 초안을 지난해 말에 마련했으며, 최근 미 행정부 내 경제·통상 주요 관료들이 모여 초안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이 규정은 군사 및 국가안보 관련 미국 반도체 기술·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해외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를 정하고 있다. 초안은 전세계 모든 반도체·장비 기업들이 화웨이에 납품할 목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때 미국산 제조 장비를 사용하려면 사전에 미국 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화웨이가 핵심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미 상무부 쪽은 “전세계 모든 반도체 팹(실리콘웨이퍼 제조 공장)이 화웨이에 공급할 장비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대만 티에스엠시는 2019년 연간 총매출(350억달러)의 10% 이상을 화웨이의 반도체 제조 자회사 ‘하이실리콘’에 공급해왔다. 중국의 에버브라이트 증권회사는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중국 내 반도체 칩 메이커 대부분이 케이엘에이(KLA) 같은 미국 회사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는 칩셋을 만들기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상무부의 한 소식통은 “이는 초안일 뿐 승인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는 지난 1월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합의 서명한 이후, 이번에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장비 규제를 단행하면 중국의 분노를 야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기술혁신을 추동하고 외국의 라이벌 기업이 수혜를 입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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