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30일 아시아미래포럼에 참석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경제학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토마 피케티가 유럽연합(EU) 와해와 또 다른 금융위기를 경고했다. 2013년 <21세기 자본>이라는 저서에서 불평등과 양극화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스타 학자로 부상한 피케티가 최근 두번째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영문판 출간에 즈음해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케티는 17일 <비비시(BBC) 라디오 4>와의 회견에서 유럽연합의 추가적인 와해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영국의 미친 민족주의자들 때문이라는 경향이 유럽연합 내부에 있다”며 “나는 그렇게 확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조직 방식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현재의 사회 정책이나 조세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브렉시트의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이탈리아가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에서 떠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정부들은 불평등 우려에 대한 해답을 자본 이동보다는 사람들의 이동 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이 외국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손쉬운 방법을 택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유권자들이 외국인 노동자 유입 제한을 내세워 브렉시트를 선택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또 피케티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등 각국이 실시한 돈풀기인 양적완화 때문에 또 다른 금융위기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제2의 금융위기’는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유세를 주장하는 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주자의 생각 같은 것이 가난한 이들을 투표에 나서게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참여 사회주의’라는 파격적 처방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소득세와 재산세의 최고 세율을 90%까지 올리고, 25살 이상의 사람에게 10만파운드(약 1억5400만원)의 ‘공적 유산’을 증여하며, 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앞서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의 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다는 것을 역사적 자료들로 실증해, 현재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기원을 분석해냈다. 그는 이런 불평등과 양극화의 해법으로 부의 재분배를 주장해, 격렬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출간된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그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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