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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코로나 감염’ 중국, 미국산 제품 750억달러 관세 ‘50% 인하’

등록 2020-02-06 14:16수정 2020-02-07 02:41

미국산 수입품 1600개 품목 관세 2.5% 및 5%로 인하
코로나 사태로 ‘미-중 무역합의 이행’ 시장 우려 속
중국 “시장에 신뢰 제공, 세계경제 지원 위한 조처”
1월29일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에서 검역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발 항공편 승객들. 연합뉴스
1월29일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에서 검역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발 항공편 승객들. 연합뉴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세계경제 쇼크뿐 아니라 중국이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합의 약속을 이행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시장에 퍼지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 75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전격 인하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조처의 배경으로 “시장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중국 재정부와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오는 14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750억달러어치에 대한 보복관세 세율을 절반으로 인하한다고 6일 전격 발표했다. 중국이 지난해 9월 미국산 수입품 1717개 품목에 부과한 5% 또는 10% 관세율을 각각 절반(2.5%, 5%)으로 줄이는 조처다. 중국은 “미국이, 궁극적으로 양국이 부과한 모든 보복관세를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해 합의안이 곧바로 발효됐으나, 신종 코로나 감염증 발발로 중국이 당분간 합의 이행에 나서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른 무역전쟁 재발 우려가 전세계 시장에서 점차 부상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재정부는 이날 “이번 조처는 양국 간 상호 무역 증진과 세계경제 성장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도 무역합의 이행을 준수하기를 희망한다. 시장의 신뢰를 북돋우기 위한 이행 조처에 양국이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단계 합의문에서 중국은 향후 2년간 2천억달러(약 231조7천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돌발 사태가 터진 뒤 중국 내 소비수요가 급감하고 경제성장도 대폭 둔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중국이 당분간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연간 160억달러씩 2년간 총 320억달러) 같은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퍼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5일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방송에 출연해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따른 미국산 제품 ‘수출 붐’이 신종 코로나 이슈로 더 오래 걸릴 것”이라며 “중국 시장 수출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1단계 무역합의문에는 재난 발생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합의 이행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재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번 조처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무역분쟁 합의 이행의 불확실성’이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는 불길을 서둘러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신종 코로나는 중국 및 세계경제에 ‘급성’으로 발현되고 있다. 일본에 기반을 둔 한 헤지펀드 매니저 양샤오판은 “신종 코로나 자체는 그리 두렵지 않다. 하지만 우한 등 중국 도시들이 봉쇄되고 공장마다 문을 닫고 생산·조업 중단이 길어져 공급망이 파열되고 있어 실물경제에 일격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분석가도 “지금 세계경제는 바이러스 같은 것에 한번 감염되면 궤도에서 이탈하기 훨씬 쉬운 상태에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1분기 또는 올해 내내 세계경제 진로에 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중 양국은 합의문 발효 뒤 30일 안에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액션 플랜’을 제출하기로 한 바 있다. 기한 임박도 중국이 이날 관세 인하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고 있는 보복관세는 약 2400억달러어치(관세율 5~25%)에 이른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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