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1월 4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귀빈 환영 연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홍콩 시위사태와 관련해 영국과의 ‘정치적 긴장’을 이유로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간 주식 교차거래를 일방적으로 일시 유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홍콩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영국 등의 ‘내정간섭’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가운데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후 중국과 영국이 심각한 정치경제적 갈등에 들어서는 양상이다.
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당국이 양국 거래소간 주식 교차거래 제도(이른바 ‘후룬퉁’)를 공식 유예시켰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 개시된 이 교차거래는 양국의 상장 기업이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 방식으로 상대국 거래소에도 공개 상장해 상대국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시스템인데, 중국 당국이 이 제도를 일시적으로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화타이 증권이 후룬퉁을 통해 런던거래소에 상장되면서 런던 증시에서 거래된 첫 중국기업이 됐고, 이어 두번째로 중국 국유에너지기업 SDIC 파워가 작년 12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런던 증시 상장을 허용받았으나 이번 유예 조처로 상장이 갑자기 중단됐다. SDIC 쪽은 ‘시장 조건’을 중단 이유로 들었지만, 복수의 소식통들은 “베이징이 주식 교차거래를 유예시킨데 따른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중국 관련 당국의 관리를 포함한 소식통은 “이번 유예 조처 배경은 정치적인 것”이라며 “홍콩 시위대에 대한 영국의 (우호적인) 태도가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엔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에 근무했던 홍콩인을 중국 공안이 억류하며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이번 조처에 대해 중국 증권감독위원회와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았으며, 런던 증권거래소 대변인과 영국 재무부 대변인도 코멘트를 거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구체적인 설명은 피한 채 “영국은 자국에 투자하는 중국기업에 공정한 사업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 여러 분야에서 양국의 원만한 실질적 협력을 위한 적절한 조건을 영국이 조성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통신은 “교차거래 제도에 참여하는 영국의 기업과 은행들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홍콩 문제를 베이징과 어떻게 처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홍콩 시위에 대한 존슨 총리의 입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이 교차거래제도는 영국 금융과 중국 경제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이 자국 자본시장을 대외에 연결·개방하는 획기적인 조처로 주목받아 왔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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