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경제

유례없는 3년 연속 내리막길…111살 자동차 산업 ‘새 엔진’은?

등록 2019-11-06 04:59수정 2019-11-06 11:06

글로벌 자동차 생산·판매·수출 3년째 ‘하강’
오랜 저금리 자동차구매 ‘금융환경’ 개선에도
급작스럽고 유례없는 자동차 수축기 이어져
20세기 대표상품 ‘자동차 장래’ 둘러싼 촉각

판매 연 6800만대…작년 -200만, 올 -400만?
중국·인도 올 들어 9월까지 -11~-16% 급감
중국·인도 성장궤도 20년 만에 첫 ‘쇼크’
미·유럽 등 전통시장선 ‘포화’ 신호

글로벌 14개 업체 주가 15개월간 -28%
‘자동차 집적도’ 1천명당 182대…미국 821대
지구상 12억8227만대…미·중 4억2700만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908년 9월 미국 디트로이트의 피켓 공장에서 헨리 포드가 첫 대중 자동차 ‘모델T’(1927년 5월까지 총 1500만대 판매)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인의 일상적인 삶은 이때부터 ‘바퀴 위의 일생’으로 불려오곤 했다. 111년이 지난 지금, 독일·일본에 이어 중국·인도의 거대 인구도 점차 ‘자동차 인생’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거의 3년째 ‘뚜렷한 하강’에 들어서 있다. 자동차 역사상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브레이크’다. 전세계적인 오랜 저금리로 차입 비용이 줄어 자동차 구매 ‘금융환경’이 나아졌는데도 급작스럽고 유례없는 자동차 수축기가 이어지면서 전세계가 20세기 대표상품 ‘자동차의 장래’를 둘러싸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에 펴낸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특별 코너를 할애해 생산·판매·수출 모든 부문에 걸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완연한 수축 동향을 진단했다. 자동차 생산·판매가 장기 위축되면서 자동차 생산 규모 상위 14개 업체의 지난 6월 주가는 2018년 3월 이후 -28%(평균)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발표하는 종합 세계주가지수가 이 기간에 1%가량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글로벌 자동차(승용 및 상용차) 판매 증가율(월간)은 2017년 1월(5%·전년 동기 대비) 이후 지난 9월까지 32개월째 하락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감소로 돌아섰다. 2018년에 전세계 ‘판매’는 전년 대비 -3.0%를 기록했고, ‘수출’도 자동차 생산 14개국(미국·독일·일본·한국·중국·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캐나다·멕시코·브라질·인도·러시아)에서 -3.1%(대수 기준)로 집계됐다. 2018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은 -1.7%(금액 기준)였는데 각국의 자동차 가격 차이를 교정하고 보면 감소 폭이 -2.4%로 더 커진다. 전세계 시장조사전문기관 ‘아이에이치에스(IHS) 마킷’은 올해도 글로벌 승용차 생산이 전년 대비 -4.0%를 면치 못하고, 내년 역시 0.1% 증가에 그쳐 정체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글로벌 자동차 신규 주문은 지난 9월에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자동차 부문 고용(지난 7월)도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1919년산 포드차 ‘모델T’ 하이보이 쿠페. 위키피디아
1919년산 포드차 ‘모델T’ 하이보이 쿠페. 위키피디아

전세계 승용차 판매량은 2010년(5581만대)에 5천만대를 돌파한 뒤 해마다 100만~300만대씩 증가해 2017년 7069만대(중국 시장 2420만대)에 이르렀다. 하지만 갑자기 지난해에 6869만대로 연간 무려 200만대가 줄어들면서 ‘자동차 쇼크’를 던졌다. 올해 하락 폭은 더 깊어 4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계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6월 기준으로 12개월치 소형 자동차 누적 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6월 5700만대에서 지난 6월엔 5300만대까지 떨어졌다. 전통 자동차 대국인 미국·유럽 시장에선 이미 ‘자동차 포화’ 신호가 발신되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승용차 판매량(상용차 제외)은 미국(1270만대) -1.1%(전년 동기 대비), 유럽(1211만대) -1.6%, 러시아(127만대) -2.0%를 기록했다. 신흥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1496만대·-11.6%)과 인도(217만대·-16.4%)는 지난 20여년 경제성장 궤도를 밟아온 이후 가장 놀라운 수준의 ‘급속 제동’에 들어서 있다. 주요 자동차 소비국 중 일본(344만대)만 2.2% 증가했다.

중국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4.0%를 기록했고, 인도는 올해 들어 훨씬 심각하다. 인도 자동차(승용·상용차) 내수 판매는 지난 8월 -32.0%(전년 동기 대비)에 이어 9월에도 -23.7%를 기록하는 등 11개월째 가파른 내리막길에 있다. 자동차 부문 해고자가 속출하면서 거의 100만명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하고, 포드자동차는 급기야 인도공장 철수를 선언했다.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 자료를 보면, 지구상에 운행 중인 자동차(승용 및 상용차)는 12억8227만대(2015년 말)에 이른다. 2009년(10억1985만대)에 10억대를 돌파했다. 대륙별로 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이 4억3622만대, 아메리카(북·중·남미) 4억1372만대, 유럽(러시아·터키 포함) 3억8751만대, 아프리카 4480만대다. 국가별로 미국 2억6419만대, 중국 1억6284만대, 일본 7740만대, 러시아 5135만대, 독일 4842만대, 브라질 4274만대, 인도 2886만대, 한국 2099만대 등이다.

다만 이른바 ‘자동차 집적도’(인구 1천명 대비 자동차 보유 대수)를 들여다보면 자동차는 지구적으로 적어도 수십년 이상 여전히 번영을 구가할 상품이긴 하다. 전세계 자동차 집적도는 평균 182대(2015년)다. 미국(821대)이 압도적으로 높고 일본 609대, 독일 593대, 한국 417대다. 반면 중국은 118대, 아프리카는 42대, 인도는 22대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과 중국·인도 집적도를 고려하면 자동차 시장 팽창세가 멈췄다고 성급히 진단하기 어렵다. 자동차 소비대국들만 따로 추려 ‘1인당 소득’과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 소득 1만2천달러에 대응하는 자동차 집적도는 180대다.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는 이 글로벌 트렌드의 아래쪽에 있다. 소득에 견줄 때 자동차 소비 여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자동차는 막대한 전후방 생산·고용 유발효과뿐 아니라 ‘자동차 생애’를 위한 도시·간선도로망 건설까지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파급효과가 크다. 자동차 상품 하나가 2018년 전세계 재화 수출의 8%를 차지한다. 2018년 세계총생산(GDP·3.6%)이 전년보다 0.2%포인트 줄었는데 자동차 생산 감소가 기여한 몫이 0.04%포인트라고 국제통화기금은 추산한다. 자동차 교역 수축은 글로벌 무역도 뒤흔들고 있다. 2018년 전세계 상품·서비스 수출 성장률이 2017년 대비 1.6%포인트 감소했는데, 글로벌 투입-산출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요인을 분해하면 이 감소분 중에 0.5%포인트가 자동차 산업 위축 탓으로 추정(국제통화기금)된다.

지난 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동부 츠비카우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새 전기차 생산 돌입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dpa AFP 연합뉴스
지난 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동부 츠비카우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새 전기차 생산 돌입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dpa AFP 연합뉴스

자동차를 짓누르는 요인은 △고도성장을 구가해왔던 중국과 인도 경제의 최근 성장 둔화 △전세계적인 ‘자동차 집적도’ 성숙기 진입 △더욱 강화되는 배출가스 기준 및 유럽의 디젤차 수요 급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에 따른 영국 시장의 수요 감소 △미국의 무역확장법 제232조 자동차 고율(25%) 관세 수입제한 흐름 등 복합적이다. 화석연료차 판매 감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기·수소차 등 대안연료 자동차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자동차 위축세는 과도기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기차는 화석연료에 비해 부품의 주문·납품이 단기적이고 간헐적이어서 자동차 생산 규모 회복을 일으키기 쉽지 않고, 구매가격도 여전히 비싸 소비 수요 회복을 제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보고서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기술적 변경을 훨씬 넘어서는 성격”이라고 진단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미국 여권서 사라진 X…트럼프가 없애버린 ‘제3의 성’ 1.

미국 여권서 사라진 X…트럼프가 없애버린 ‘제3의 성’

트럼프의 ‘12·3 내란’ 관련 언급 “내가 정신 사납다고? 한국 봐라” 2.

트럼프의 ‘12·3 내란’ 관련 언급 “내가 정신 사납다고? 한국 봐라”

트럼프 서명 끝나기 무섭게…이스라엘, 서안지구 공습해 10명 사망 3.

트럼프 서명 끝나기 무섭게…이스라엘, 서안지구 공습해 10명 사망

머스크, 나치식 경례로 트럼프 찬사…“충격적 행동” 4.

머스크, 나치식 경례로 트럼프 찬사…“충격적 행동”

트럼프, 푸틴에 우크라 전쟁 협상 압박…“거부 땐 추가 제재” 5.

트럼프, 푸틴에 우크라 전쟁 협상 압박…“거부 땐 추가 제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