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스타트업 투자의 ‘큰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전세계 스타트업 투자의 ‘큰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자금난에 빠진 사무실공유 거대 스타트업 ‘위워크’에 약 50억달러(5조9천억원)를 추가 긴급투입하자 “이만저만한 손해를 입고 난 뒤에도 손실을 더 키우는 이해할 수 없는 투자”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조성 규모 970억달러)는 3년여 전부터 현금흐름이 말라붙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미국 스타트업 위워크의 경영권을 최근에 확보했다. ‘부동산업계의 우버’로 불리는 위워크는 세계 29개국 111개 도시에 진출해 있는데, 지난 2분기에 매출 8억700만달러, 영업손실 7억29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분기마다 1억~7억달러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면서 위워크 기업가치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지난 1월의 평가액(47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약 80억달러까지 폭락했다.
유동성 악화에 빠져들면서 상장은 연기됐고, 위워크 공동창업자인 애덤 뉴먼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자금 수혈을 받지 못하면 당장 11월에 현금이 완전히 바닥날 지경이다. 그러자 이미 위워크에 단순 투자 목적으로 100억달러가량을 투자하고 있던 소프트뱅크가 지난 22일 ‘구원투수’로 나서 위워크 투자자들로부터 사들일 주식 공개매수(30억달러)를 포함해 약 50억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긴급 지원·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뉴먼에게는 17억달러(1조9941억원)를 보상 지급하고, 뉴먼이 갖고 있던 위워크 주식 지분도 10억달러에 매입하는가 하면 소프트뱅크를 위한 컨설팅 자문료만으로도 그에게 1억8500만달러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가 위워크 경영권을 갖는 대신 뉴먼에게 경영권 포기를 설득하는 대가로 ‘횡재’를 선물한 셈이다.
23일 <시엔엔>(CNN)에 따르면 한 위워크 전직 중역은 “자신의 중대한 책임으로 임직원들은 해고될 판인데 뉴먼만 테이블 아래서 돈을 챙기는 ‘수지맞는 딜’로 배를 불렸다. 정말 역겨운 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뉴먼뿐 아니라 손 사장의 자금지원을 함께 겨냥한 셈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현명한 투자기업으로 주목받아온 소프트뱅크가 ‘불행으로 끝날 투자’로 보이는 위워크에 ‘매몰비용 오류’를 저지르고 말았다”며 “막대한 손실을 본 상태에서 돈을 더 퍼부어 까먹게 된 ‘손해 막심한 투자’의 전형”이라고 비꼬았다. 손 사장의 이런 투자전략에 투자자들이 회의를 품으면서 도쿄 주식시장에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올들어 6개월간 30%나 추락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