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결정을 두고 “아베 정부가 겉으로 자유무역 신봉자를 자처해오면서도 트럼프의 통상전술을 채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일본이 기술 수출을 외교분쟁 무기로 사용함에 따라, 한국 등 오랫동안 국제분업 질서 속에서 취약성을 느껴운 자원 빈국들은 수출·수입 전략상의 대변화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이번 수출규제 결정을 놓고 “글로벌 가치사슬 공급망 파괴는 물론 그동안 자유무역 신봉자로 알려져온 아베 신조 총리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우려가 일본 내부에서도 점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게이오대의 와타나베 요리즈미 명예교수(무역정책)는 “이번 규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피해를 줄 것이고, 일본에 대한 국제적 평판에도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자유무역은 자전거와 같은 것으로 멈추면 쓰러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사적 사례로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이 미국의 금수 조처 때문이었다면서, 당시 미국 석유에 의존해온 일본은 미국의 금수 조처를 전쟁 행위로 간주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서도 국제 자유무역질서의 새로운 지도자로 부각됐으며, 미국이 탈퇴한 11개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하고 지난 주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투자 환경’을 촉구하는 성명에 동의할 것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신문은 그런 아베 정부가 불과 이틀 후에 갑자기 한국에 무역규제를 가하고 나섰다면서, 만약 삼성전자 등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애플의 아이폰, 나아가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업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부품 공급업체인 ‘퓨전 월드와이드’의 토베이 고너만 부사장은 “(일본 정부결정에 따른) 승자는 없다”면서 “규제라는 경고탄을 발사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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