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워싱턴/AFP 연합뉴스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범행 장면을 생중계한 뉴질랜드의 ‘엽기 범죄’ 이후 ‘해로운 인터넷 콘텐츠’의 유통을 막기 위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30일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은 자신들의 기술이 잔인한 테러리스트들에게 이용되지 않도록 행동할 책임이 있다”며 과격한 사상이나 폭력적 내용을 담은 콘텐츠의 삭제를 게을리한 기업과 그 임원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다음주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안엔 테러 행위, 살인, 성폭행 등에 관한 해로운 콘텐츠의 삭제를 게을리한 업체에 최대 매출의 10%에 이르는 벌금을 물리고, 업체 간부는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크리스천 포터 법무장관은 “대형 방송사가 이런 콘텐츠를 내보낸다면 방송 면허를 잃을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다. 소셜미디어 업체를 그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적극 나서게 된 것은 3월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끔찍한 ‘혐오 범죄’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민인 브렌턴 태런트(28)는 헬멧에 카메라를 붙이고 모스크 총격 테러 장면을 17분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이 영상은 급속히 확산돼 페이스북은 무려 150만여건의 관련 영상을 삭제해야 했다. 앞서 모리슨 총리는 인터넷 기업들이 해로운 콘텐츠를 삭제하는 도덕적 의무를 다 하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며,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를 의제로 다루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요청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도 각국 정부가 나서 ‘공적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30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기술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매일 우리는 어떤 연설이 해로우며, 어떻게 정밀한 사이버 공격을 막을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만, 개별 기업에게 이런 판단을 요구할 수 없다. 정부와 규제 당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보다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저커버그는 이어 “우리는 세계의 입법자들과의 토론을 원한다. 개별 기업이 혼자 이런 문제에 대처하도록 해선 안 된다. 하나의 공동체로서 우리가 무엇을 원하며 규제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더 넓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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