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급락한 3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거래인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지난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연말을 보낸 미국 증시를 비롯해 각국 증시가 연초부터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둔화라는 ‘차이나 리스크’와 미-중 무역전쟁이 배경이어서 침체장 탈출 전망이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
3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83%, 에스앤피(S&P)500지수는 2.48%, 나스닥지수는 3.04% 떨어졌다. 다우지수와 에스앤피500지수의 연초 이틀 하락 폭은 2000년 이후 최대다. 지난해 10~12월의 매출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해 증시를 충격에 빠트린 애플의 주가는 9.96%나 폭락했다. 이날 유럽 주요 증시 지수들도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새해 거래 첫날인 4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개장하기가 무섭게 3% 이상 폭락하며 2만선이 무너졌다.
이날 금값은 온스당 1300달러에 근접하며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한달 전 3%가 붕괴한 미국 10년물 국채는 2.5%대까지 떨어졌다. 주가 하락, 미국 장기 국채 금리 하락, 금값 상승이라는 금융시장 불안의 3대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금융시장의 불안 배경에는 두 가지 측면의 ‘차이나 리스크’가 있다. 우선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가 2일 투자자들에게 밝힌 중국 경제의 둔화, 이에 따른 미국 기업의 매출 하락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50을 밑돌면서 중국의 경제 둔화 상황을 반영했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5%로 1990년 이래 가장 낮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차이나 리스크’의 심각성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이 개전한 무역전쟁은 중국의 무릎을 꿇리려는 것이지만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 둔화는 공장 가동률과 투자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중국 기업과 노동자 수입 감소는 외국 상품 구매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일본 증시의 하락에도 중국이 최대 무역 상대라는 배경이 작용한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차이나 리스크를 떠안는 것은) 단지 애플만이 아닐 것”이라며 “우리가 (무역 협상에서) 거래를 성사시킬 때까지 중국에서 매출을 올리는 엄청난 수의 미국 기업들이 수입 감소를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무역전쟁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지만, 애플 사례는 미국 기업들의 “부수적 피해”가 본격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3월1일까지를 무역전쟁 ‘휴전’ 기간으로 설정한 미-중 정부는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중국 상무부는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협상단이 7~8일 베이징을 방문해 협상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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