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성장세가 주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무역항 컨테이너.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 경제의 올해 3분기 성장세가 축소됐다. 미국에 이어 세계 2~4위 경제 규모인 중국, 일본, 독일의 경제 둔화는 지난달 이후 금융시장 하락장 속에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눈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13일 발표된 지표들을 보면, 일본과 독일의 3분기 성장세는 축소됐고, 중국의 10월 소비와 은행 대출이 최근 5개월간 최저를 보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세계 경제가 소프트 패치(일시적 성장세 둔화)를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지속된다면 미국의 견조한 성장도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경제의 기관차인 독일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로 0.8%를 기록했다. 3년 반 만의 최초의 분기 성장률 하락이다.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의 3분기 연율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0.7%로 2013년 이후 가장 낮다.
독일 경제의 둔화는 주요 동력인 무역에 대한 미국의 장벽 강화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의 수출은 9월에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유럽연합(EU) 외부로의 수출이 2.2%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독일 기업들은 미국과 심각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미국이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를 고려하고 있어, 이미 각종 무역장벽으로 대미 수출 약화를 겪는 베엠베(BMW) 등 자동차 업체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3분기 연율 성장률이 1.2%로, 2분기(3%)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일본의 급격한 성장 축소는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직접적 원인이나, 미국발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3분기 수출은 태풍에 따른 자동차 생산라인 정지 등으로 전분기보다 1.8% 감소했다. 국내총생산의 6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도 미세하게 감소했다. 자연재해로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이 둔화된 데다, 신선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을 제한했다.
지난 몇개월 동안 정부의 부실 대출 규제 및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성장세가 축소되던 중국은 10월에 소매판매 증가율이 8.6%를 기록했으나, 이는 전년 동기(9.2%)를 밑도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자동차, 쌀, 밀 등에 대한 지출 증가세가 10월 들어 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은행의 신규 대출도 지난달 예측된 수준보다도 낮아졌다. 소비지출 증가세 및 은행 대출 둔화는 중국 경제의 감속 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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