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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화력’은 트럼프 우위 …‘정치적 형세’는 시진핑 유리

등록 2018-04-06 18:08수정 2018-04-07 14:10

미-중 무역전쟁 ‘치킨게임’

경제·무역구조 미국 쪽 압도적
중 GDP가 미 62%…무역비중 더 커
중 대미 무역흑자 3700억달러 수준
보복관세 맞불 땐 중 출혈 더 커져

정치적 측면 중국 쪽 우세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표밭’ 타격
미 산업계·소비자들 불만도 터져
집권 2기 시, 국내·세계 여론서 유리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얘기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얘기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판돈’을 두 배로 키우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도박이 극단을 향해 가고 있다. 앞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신중한 협상”이 진행중이라며 사태 진정을 유도했지만, 1000억달러(약 106조6300억원)어치 제품에 추가 관세 검토를 지시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치킨게임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미 서로 발효시킨 30억달러어치에 대한 고율 관세는 소총 사격 수준이다. 이후 서로 부과를 공언한 500억~1000억달러어치에 대한 보복관세는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양보와 타협에 실패하면 서로 ‘미사일’을 쏠 텐데, 자존심 싸움과 함께 이해득실 계산이 분쟁의 전면화 여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구조로는 중국이 불리하다고 본다. 우선 무역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2016년 기준으로 계산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은 중국이 37%, 미국은 27%다.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미국의 62% 수준이다. 서로 같은 수준으로 공격하면 중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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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수입액과 무역흑자가 매우 비대칭적인 것도 중국에 불리하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에 5055억97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1303억6900만달러어치를 수입해 3752억2800만달러(약 400조원)라는 천문학적 흑자를 봤다. 전체 무역흑자의 65%가 미국에서 왔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가할 때 서로 맞대응하면 한국의 손해가 더 크리라는 전망이 나온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비대칭성은 기술적으로도 중국에 불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관세 부과 대상은 도합 1500억달러어치다. 이미 미국의 연간 대중 수출액보다 많다. 중국도 이미 500억달러어치에 보복관세를 경고했는데,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으로 보면 추가 조처를 할 수 있는 금액은 800억달러밖에 남지 않는다. 미국은 대중 수입액 중 약 3500억달러가 아직 남아 있어 품목을 대규모로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적어도 겉으로는 퇴각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 주광야오 중국 재무부 부부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신중국 건국(1949년) 이래 중국은 외압에 굴복한 적이 없다”, “누군가 싸우기를 원한다면 우리도 그러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믿는 구석은 정치적 지렛대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미국산 수입품은 대두(콩)·돼지고기·자동차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팜 벨트’나 ‘러스트 벨트’의 주력 상품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그의 취약점을 노리는 셈이다.

‘집행력’에서도 중국이 유리해 보인다. 미국 산업계가 반발하고,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싼 중국 제품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불만도 빠트릴 수 없다. 반면 지난달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유권자 눈치를 보거나 야당이나 이익단체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중국 민족주의가 단호한 대응을 요구한다. <인민일보>는 “기왕 칼을 뺐다면 강하게 반격해 미국에 고통을 안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블룸버그>는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이 앞으로 미국산 석유를 겨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2017년에 미국산 석유 수입량을 두 배로 늘렸다. 미국의 보복이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0.1%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미국의 경우 대중 압박에 폭넓은 동맹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무분별한 보호주의의 피해자 행세를 할 수 있어, 세계적 여론전도 중국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중국이 미국 재무부 채권 1조2000억달러(약 1287조원)어치의 대량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면 채권 금리가 올라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종합적으로 보면, 양국 모두 손해를 보며 세계 경제에 폐를 끼치겠지만 중국의 출혈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과 영향력이 성장한 상황이라 미국의 손해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의 시장분석업체 가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로버 이사는 “워싱턴은 관세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이본영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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