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다시 급락세를 보인 2일 뉴욕 증권거래소 중개인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장기 상승세를 멈추고 본격적인 조정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넘치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3배 이상 폭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금리 인상 추세, 무역 분쟁, 페이스북 등 첨단기술 업체들의 신뢰성 저하에 따른 규제 움직임 등을 계기로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이 이런 조정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엔스앤피(S&P)500 지수는 2일 2.23%가 내린 2581.88로 장을 마감했다.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 1월26일(2872.87) 이후 10.1%가 내렸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이날 1.9%가 내린 23644.19로 장을 마쳤다. 역시 최고점(26616.71)을 기록한 1월26일에 비해 11.2%나 떨어졌다.
최고점에서 10% 이상의 하락은 흔히 상승세를 접는 본격적인 조정 신호로 증시에서 받아들여진다. 미국 증시 지수들은 금융위기의 격류에 휩쓸린 뒤인 2009년 3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9년 동안 4배 이상 올랐다.
특히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20% 이상이나 폭등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가 약속한 각종 규제 해제 및 감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증시는 1월26일 최고점을 찍은 뒤 2월부터는 각종 악재에 노출됐다.
경제 성장세가 너무 빠를 수 있다는 인식이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금리 인상을 더 속도를 내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시작된 ‘무역 전쟁’ 우려가 엄습했다. 이는 중국이 2일 3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본격화됐다. 마지막으로 첨단기술주 폭락 사태가 겹쳤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그동안 증시와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첨단기술 업체들에 대한 신뢰가 저하됐고, 이를 둘러싸고 미국 등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이 2월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의해 더욱 극대화됐다. 2일 증시 폭락이 전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가 급등세를 이어온 최대 온라인거래 업체 아마존에 대한 때리기에 나선 것도 ‘트럼프 리스크’의 한 예다. 그는 아마존이 우체국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납세자들 돈을 갉아먹고 소매점들 문을 닫게 만든다며, 이런 상황은 바꿔야 한다고 트위터로 주장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전부터도 아마존과 사이가 안 좋았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 포스트>가 자신에 대한 비판의 선봉에 서자 이런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 주가는 2일 5.2%나 떨어졌고, 다른 거대 첨단기술 업체들인 마이크로소프트는 3%, 페이스북은 2.8%, 인텔은 6%, 테슬라는 5%가 폭락했다. 육류 가공업체 타이슨은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에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하자 6% 이상 폭락했다. 금리 인상과 규제 부활 등 빡빡해지는 자금 시장 상황에 금융 분야 지수도 2.1% 하락했다. 이날 에스앤피500 지수에 속한 기업 중 13개만이 상승했을 뿐이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는 자신의 경제 정책 실행으로 증시 기록을 깨는 행진을 구가하는 상승 장세 사령관”이었지만 “그런 시절은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증시의 바닥을 확인하려면 현 장세에 대한 더 많은 실망과 비관이 있어야만 할 것”이라는 증시 분석가의 말을 인용하며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