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동료들과 이동하고 있다. 다보스/AP 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약한 달러가 미국에 좋다”며 달러 가치 하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수출 확대를 위해 약달러 정책을 분명히 선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가한 므누신 장관은 24일 “약한 달러는 우리에게 무역과 기회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좋다. 장기적으로 달러의 힘은 미국 경제의 힘을 반영하고, 달러는 주요 준비통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달러시장은 변동성이 매우 심하다. 단기적 움직임은 우리가 전혀 걱정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는 이런 입장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며, 단기적 관점에서 약달러가 수출을 돕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약달러가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원론적 차원의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는 로버트 루빈(1995~99년 재임) 이후 미국 재무장관들의 공식 입장은 강달러가 미국의 경제력을 상징한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 및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를 발동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서 수출 확대를 위해 약달러를 추구하거나 용인하겠다는 더욱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6개 주요 통화에 대비한 달러 가치는 1%가량 하락해 2014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를 기록한 달러 가치 하락률은 올 들어서도 2.6%에 이른다. 1달러가 0.81유로 아래로 떨어져 0.8유로대의 붕괴 가능성이 떠올랐다. 달러는 25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9.1원 떨어진 1062.1원까지 밀렸다.
한편 므누신 장관과 함께 다보스에 온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더욱 강경한 보호주의 드라이브를 걸 방침임을 시사했다. 로스 장관은 “무역 전쟁은 매일 진행되는 것이다. 불행히도 매일 다양한 당사자들이 룰을 어기고 불공정한 이익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무역 전쟁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며, (이제) 다른 점은 미국 군대가 성벽에 도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 재무장관이 미국의 대규모 기업 감세를 사실상 새로운 무역 장벽이라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가하는 다보스포럼에 장관급 인사 10명도 파견해 ‘미국 우선’ 경제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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