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기자회견 중인 재닛 옐런 연준 이사회 의장. AP 연합뉴스
올 들어 가격이 20배나 폭등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투기적 자산”이라 칭하는 등 각국 중앙은행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옐런 의장이 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법정화폐가 아닌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안정적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옐런은 또 비트코인 거품이 꺼진다고 해도 “가격 급락으로 돈을 잃는 개인은 있겠지만 금융 안정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난달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비트코인에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필립 로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비트코인 거래가 “투기열”로 보인다며 “일상 거래보다 지하경제에서 거래하길 원하는 사람에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짚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 총재는 비트코인이 변동성이 심하다는 점과 ‘채굴’ 때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10일 그랜트 스펜서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도 비트코인의 안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거품처럼 보인다”고 했다. 비토르 콘스탄치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도 비트코인을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에 비유하며 “투기 수단”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포브스>를 보면, 올 초 1천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2만달러에 근접하기도 하며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12일 처음으로 5천억달러(약 544조원)를 돌파했다. 가격 급등락과 더불어 규모까지 커지며 각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시장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 연이은 경고의 배경으로 보인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보면 독점 발행하던 화폐를 민간에서 발행해 시장에서 여러 통화가 통용되면 금리 결정 등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실제 화폐 유통량과 거래 속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통화정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법정화폐의 수요가 줄면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 얻는 수익도 감소한다.
다만 일본과 영국 등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기도 했고, 일부 국가 중앙은행들은 독자적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관련 연구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발행 주체가 중앙은행이 돼 가상화폐가 현물통화를 대체하게 되면 이론적으로 모든 화폐가 은행 계좌 속에 존재하게 돼 ‘뱅크런’ 위험이 사라지고 마이너스 금리 등 통화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연준의 경우 자체 가상화폐 도입에 대해 “현 단계에서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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