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그룹 누리집 화면 갈무리. 공개된 자료 4건 가운데 3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자료이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에 주장한 박 전 대통령의 국제법무팀 엠에이치(MH)그룹은 베일에 싸여있는 회사다. <시엔엔>은 엠에치그룹이 박 전 대통령의 국내 법무팀과는 별도이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대통령의 아들인 사이프 가다피를 변호하는 등 고위급 인사들의 국제법 및 외교관련 소송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이 그룹의 홈페이지(http://www.mhgrpllc.com/MH_Group.html)에 들어가면 메인화면에 모두 4건의 ‘보도자료’가 올라와 있는데, 이 가운데 지난 6월14일 올라온 사이프 가다피에 대한 성명을 제외하곤 3건 모두가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다.
첫 자료는 지난 7월7일 발표됐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하마드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이슬람 카다피를 대리해 호세이언 대표가 아프리카 인권재판소에서 법률팀을 지휘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는 아버지와 함께 반대파를 대량학살한 혐의로 2011년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6년간 교도소에 복역하다가 지난 6월9일 리비아 임시정부의 사면으로 석방됐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5일 뒤인 6월14일 리비아 정부에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의 즉각 체포와 신변인도를 요구한 바 있다. 이 단체는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가 공정한 재판의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MH그룹 대표 미샤나 호세이니언.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내용은 지난 8월15일에 올라온 ‘보도자료’에 언급돼 있다. 이 회사의 미샤나 호세이니언 대표가 런던 로펌을 기반으로 할동하고 있는 로드니 딕슨 영국 왕실변호사에게 유엔 인권위원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UN 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 및 다른 유엔기구들을 대상으로 박 전 대통령의 권리와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 절차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도자료는 또한 박 전 대통령이 동아시아에서 선출된 인기있는 국가수반이며 한국의 첫 여성대통령이고, 2016년 갑자기 국회에 의해 탄핵됐으며 2017년 3월10일 강제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싣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월20일에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실한 처우와 계속되는 구속을 우려하는 성명을 냈으며, 지난 13일 성명에선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호세이니언 대표가 2011년 리비아 민중봉기 때 반 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리비아 정부와 함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사이프 가다피를 변호하게 된 것은 영국에서의 인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012년 6월13일 기사에서 “호세이니언 대표가 영국에서 사이프의 법률 대표로 활동했으며,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사이프의 이란 친구”라고 소개했다. 호세이니언도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홈페이지는 4건의 보도자료 이외엔 어떤 다른 내용도 담고 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회사 설립 연도와 직원 수 등에 대한 기본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8월15일 보도자료에서 호세이니언 대표가 옥스포드 대학의 강사로 있으며, 아프리카 인권법정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획기적 판결을 내리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시엔엔>은 17일(현지시각) 서울발 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국제법무팀인 엠에치(MH)그룹으로부터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 초안을 단독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서 지내고 있으며, 계속 불이 켜져 있어 잠을 잘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이 하부요통, 무릎과 어깨 부위의 골관절염, 희귀한 부신 이상 증세, 영양실조 등의 만성적인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상태는 계속 나빠지기만 하고 있으나, 그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이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구치소 쪽은 접이식 매트리스를 제공했다며, 침대는 한국 구치소에선 필수품이 아니라고 밝혔다. 구치소 쪽은 이밖에도 박 대통령 쪽의 주장을 모두 반박했으며, 그를 비인도적으로 대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쪽은 이 문건을 18일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한국 인권 상황에 대한 유엔 인권위원회의 정기 조사를 한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이를 유엔 인권보고서에 반영시켜 국제적으로 공론화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조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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