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향후 일본 반도체 회사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경영 참여나 기밀정보 접근 등은 제한을 받게 돼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도시바는 28일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에스케이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도시바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회 승인을 얻어 베인캐피털 주도로 만든 인수목적회사인 판게아(Pangea)와 도시바메모리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매각 금액은 2조엔(약 20조3천억원)이다. 도시바가 3505억엔, 베인캐피털이 2120억엔, 호야가 270억엔, 에스케이하이닉스가 3950억엔, 애플을 비롯한 미국 투자자들이 4155억엔을 각각 투자한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과 참여한 판게아에 출자해 전환사채(CB)를 갖게 되고, 향후 도시바메모리 상장 시 지분 15%를 갖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10년간 15% 이상 지분을 취득하지 못하고, 도시바메모리 기밀정보에도 접근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애초 도시바메모리 지분 참여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에스케이하이닉스로서는 큰 제약을 받게 돼 가시적 실익은 크지 않은 셈이다. 다만, 낸드플래시 시장 2위 업체인 도시바메모리와 기술 협력 및 제휴가 확대될 수 있고, 중국의 반도체 시장 입지 확대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효과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기밀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협력 방법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도시바는 다음달 24일 임시주총을 열어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 중국 등 반독점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또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웨스턴디지털(WD)이 조만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매각 일시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혀 소송도 ‘변수’로 남아 있는 상태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쪽은 “내년 3월말 매각 절차 종료까지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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