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가 6년간의 불황 끝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에 여전한 지정학적 위기에도 불구한 이런 회복세는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의 완전한 탈출 징후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일시적인 반짝 호황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올해 초 이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는 11% 이상 올랐다. 18일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보면, 지난달 약 300억달러가 신흥시장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됐다. 2015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그 중 4분의 3인 220억달러가 아시아로 갔다.
최근 신흥시장의 상승세는 정치적,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진한 논란 많은 개헌 국민투표에도 불구하고 3월에 3년 만에 가장 활발한 경제성장세를 보였다. 수출은 연율로 19% 증가했다. 개헌 투표 직후인 17일에는 터키 리라가 달러 대비 가치가 2%나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잦아들면서, 달러 강세가 멈추자 멕시코 페소, 터키 리라, 브라질 헤알 등 신흥국 통화가치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최대 신흥국 경제인 중국이 1분기에 예상보다도 높은 6.9% 성장을 달성한 것도 신흥국 경제 회복의 대표적 지표다. 예상보다 높은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첫 두 달 동안 수입이 20% 증가한 데 주로 힘입었다. 이는 국내 수요의 회복을 의미한다. 또 중국의 수출은 3월에 16%나 증가했다. 중국 경제 및 그 내수 회복은 원자재 수요를 증가시켜, 신흥국 경제 성장 회복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의 교역량도 최근 들어 급반등했다.
교역에 주로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에 가장 청신호는 컨테이너 운임 추세를 보여주는 운임지수가 올해 들어 40%나 폭등한 것이다. 컨테이너 화물량은 세계 경제 성장에 산소와 같은 것으로, 최근 몇년 동안 불황에 바닥을 기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 한국의 한진해운이 파산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국제해운업에는 최악이었던 2016년을 지나자마자 찾아온 회복세는 업계를 격동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해운업 시장이 지난해 중반부터 최근까지 두 배나 커졌다”며 “중국의 국내 수요에 의해 추동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금융협회는 올해 1분기 신흥국 경제 성장률은 6.8%로 2011년 이후 최고치라고 밝혔다.
경계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흥국 경제는 여전히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신흥시장에 투자해온 헤지펀드들은 일단 매매를 청산한 뒤 그 추이를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폴란드, 터키의 통화들이 1분기에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 추세이고, 러시아 증시 역시 올해 들어 7%나 하락했음을 지적했다.
스위스의 유비에스 웰스 매니지먼트는 “향후 6개월 동안 신흥국 통화나 주식 등 금융상품과 관련한 위험 대비 이익 전망이 지난 6개월 전보다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