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주가가 파죽지세로 올라 시가총액이 포드를 제친 데 이어 제너럴모터스(GM)까지 넘어섰다. 테슬라는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두 업체를 상장 7년 만에 제치고 미국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자동차 회사가 됐다.
10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9.85달러(3.26%)나 오른 312.3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509억5000만달러(약 58조4000억원)로 지엠(508억8600만달러)을 근소하게 제쳤다. 지난 3일 포드를 넘어서며 미국 2위 자동차 회사로 등극한 지 일주일 만에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세계 자동차 회사 시총과 비교해 봐도, 5위인 혼다(519억달러)를 제치고 조만간 5위권에 이름을 올리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에서 시총이 가장 높은 자동차 회사는 도요타(1731억달러)다. 그 뒤에 다임러(759억달러), 폴크스바겐(726억달러), 베엠베(BMW·570억달러)가 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6.2%나 올랐다. 실적도 일부 기여했다.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2만5000대를 팔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주가 상승은 실적보다 기대감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가의 자동차를 주로 판매해 온 테슬라는 올해 하반기에 3만5000달러대의 ‘대중적 콘셉트’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뿐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태양광 업체도 인수하는 등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 들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만선을 넘어선 것에서 보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뒤 광범위하게 형성된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 및 증시 상승 기조도 테슬라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거품 논란은 여전하다. 테슬라의 생산량은 지엠의 1%도 안 된다. 지엠이 지난해 1천만대를 팔아 100억달러 가까이 이익을 낸 데 비해, 테슬라는 8만4000대를 팔았을 뿐이고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엠이 17.3%인데, 테슬라는 0.2%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테슬라 주가 상승 추세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 매체는 “테슬라의 역량은 지난해 말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았다. 1분기에 2만5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볼 때 올해 10만대 정도를 팔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테슬라가 2020년까지 100만대를 판다고 해도 대부분 마진율이 낮은 소형차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테슬라는 여전히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의 주가 상승은) 자동차시장보다 주식시장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증시 전문가 말을 전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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