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한국에 기회”라고 논평한 20일치 <파이낸셜타임스> 사설. <파이낸셜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사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한국에 기회”라고 논평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판 20일치 ‘삼성의 체포는 한국에 기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같이 적었다. 신문은 “‘왕세자’인 이재용의 체포는 한국 정치와 기업에 만연한 부패의 상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독립적 기관이 미숙한 민주주의에 공정한 법을 적용하는 빛나는 예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신문은 삼성이 ‘샤먼 조언자’(shaman adviser) 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다고 적었다.
신문은 이 부회장 구속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에 잠재적 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한국인들이 이 부회장에게 관대한 처벌을 바라고 있지만, 이런 생각은 “실수”라고 단언했다. 신문은 “만약 이 부회장이 유죄라면 법에 정한 최대한대로 처벌을 받아야한다. 마찬가지로,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 이 부회장의 결백이 밝혀진다면, 이 부회장을 편리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적었다.
신문은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조세포탈과 배임 등의 혐의로 두 차례나 기소되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나중에 사면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아들인 이 부회장에게도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것은 “한국 사회 그리고 더 넓게는 한국이 민주주의 법의 지배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아시아 지역에 최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적었다.
신문은 “이 부회장의 유무죄와 상관없이 한국의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누구든지 가문이 소유하는 ‘재벌’을 억제하는 황금 같은 기회를 갖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정치와 대기업의 유착을 줄이겠다고 맹세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한국과 거대 회사 삼성은 최근의 혼란에서 벗어나 더 강해질 것”이라고 논평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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