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파울루의 부유촌인 파라다이스 시티 샨티 타운의 호화 아파트 옆으로 모럼비 타운 슬럼가의 모습이 극적인 대조를 보인다. 상파울루/ 옥스팜 제공
지난해 세계 최상위 부자 8명이 전 세계 인구의 소득 하위 50%에 해당하는 36억명의 재산과 같은 규모의 부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재산의 합이 하위 50%와 맞먹는 최상위 부자들의 수는 2010년 388명에서 2012년 159명, 2014년 80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16일 오전(한국시각) 전세계에 동시 공개한 <99%를 위한 경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처음으로 세계 상위소득자 1%가 나머지 인구 전체보다 더 많은 부를 차지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30년새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88년부터 2011년까지 23년동안 하위 10%이 연간 소득증가액이 1인당 65달러에 그쳤던 반면, 상위 1%의 소득은 그보다 182배(1만1800달러)나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20년간 최고 부자 500명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재산이 21조달러(약 2경4661조)라는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13억 인구의 인도의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규모다.
남녀간 소득 격차와 부의 불평등도 심각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저임금 직종이나 시간제 노동, 무보수 노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훨씬 많았으며, 이 때문에 남성보다 31~75%나 임금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팜 보고서가 인용한 ‘세계경제포럼 연례 보고서 2016’에 따르면, 경제참여도의 성별 격차가 지난해에 더욱 벌어졌으며, 이런 추세라면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급여를 받기까지 17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옥스팜은 부유한 기업과 개인의 조세회피와 노동자 착취, 과도한 주주자본주의와 정실 자본주의, 부유층의 정치적 영량력 증대 등을 불평등 심화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옥스팜은 또 ‘시장은 항상 옳으며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포함해 기업의 이익 환원론, 경제성장 우선론, 극단적 부자의 자수성가론 등을 ‘상위 1% 경제’를 이끌어가는 잘못된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옥스팜 본부의 위니 비아니마 사무총장은 “세계에서 10명중 1명이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극히 소수의 일부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부가 집중돼 있다”며 “이러한 불평등은 전 세계 수억 명을 빈곤으로 몰아가고, 우리 사회를 파괴하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대한 강박증을 버리고 소수 부유층이 아닌 다수를 위한 정책에 집중한다면 더 나은 미래가 열릴 수 있다”며 ‘인간 중심의 경제(휴먼 이코노미)’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옥스팜은 이를 위해, 부자 증세로 부의 집중과 빈곤 종식, 정부간 협력, 주주가 아닌 노동자와 사회에 이익이 되는 기업체 지원, 여성의 경제활동 보장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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