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상태로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고 순찰차를 파손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씨가 지난 7일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H6연합뉴스
<월스트리트 저널>이 10일 한국 재벌 2~3세들의 안하무인격 행태를 비롯해 족벌경영의 문제점들을 다룬 해설 기사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아들인 김동선(27)씨가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만취해 난동을 피우다가 경찰에 체포됐다며, 그가 경찰서로 가는 와중에도 수갑을 찬 채 자동차 시트를 쥐어뜯고 차 문을 발로 차서 부수는 등 행패를 부려 대중의 공분을 샀다고 전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기업들이 깊숙이 개입한 뇌물 제공 혐의로 의회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고, 9일에는 삼성 고위 임원 2명이 소환됐다는 소식도 함께 보도했다.
2014년 12월 이른바 ‘땅콩 회항’ 횡포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신문은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총수들의 자제들이 저지르는 비행은 “그들의 오만함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고, 한국경제가 경제 엘리트들에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감정을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씨의 행동이 산업화 초기, 한국경제가 급부상하던 시절까지 그 뿌리가 닿는 등 한국 재벌가문들의 비행 패턴 일부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의 2세대 경영자들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 쪽과 검사 등 권력층 에 뇌물을 제공한 이른바 엑스(X)파일 사건과 2009년 공금 횡령 및 탈세 등 혐의로 두 차례나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그 때마다 대통령 사면을 받은 사실도 신문은 소개했다.
신문은 특히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이 지난 2005년 자동차 운전 중 접촉사고가 날 뻔한 상대 차량 여성을 폭행한 전력이 있음에도 지난 6일 사장으로 승진한 사실 등을 들었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들 중 상당수는 해외유학을 다녀온 뒤 고위직을 차지해, 특권은 즐기면서도, 기업경영의 통찰력은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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