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스포츠카 570s. <파이낸셜 타임스>는 애플이 맥라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라렌 누리집 갈무리
애플이 영국의 슈퍼카 업체인 맥라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2년여 전부터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 애플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애플이 맥라렌 인수 또는 전략적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익명의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들은 애플과 맥라렌이 몇 달 전부터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맥라렌의 탄소 섬유와 알루미늄 차대 같은 신소재 차체 기술 등 첨단기술이 애플의 자동차 사업 계획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맥라렌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한해 1500대 남짓에 불과하지만, 대당 가격이 100만달러(약 11억원)까지 이르는 고가 슈퍼카를 판매하는 업체다.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1에 참가하는 레이싱 팀도 갖고 있다.
신문은 애플이 맥라렌 인수 검토설에 대해 대답하기를 거부했으며, 맥라렌은 “애플과 투자 계획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맥라렌의 가치는 10억~15억파운드(1조4396억~2조1594억원)에 달하며, 애플이 맥라렌을 인수한다면 2014년 오디오 업체인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0억달러(3조3084억원)에 인수한 뒤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
애플은 회사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 진입계획을 발표한 적은 없지만 2014년 자동차 관련 기술자 수백명을 고용하고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최근 자동차 관련 기술자 상당수가 애플을 떠나서, 애플이 자율주행 자동차 생산 대신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시스템 개발에 만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반면, 애플이 자동차 분야에서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통제하는 전통적 전략에서 이탈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애널리스트들의 견해가 있다.
애플이 맥라렌을 인수하거나 투자한다면, 세계적 전기차 생산업체인 텔사가 설립 초기 영국 스포츠카 업체인 로터스와 손을 잡았을 때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로터스는 현대자동차에 인수되기 전 기아자동차가 1996년 국내에 판매했던 스포츠카 엘란을 원래 만든 회사다. 텔사는 2004년 로터스와 공동으로 로터스의 로드스터를 전기차로 만들었다. 텔사 로드스터라고 이름 붙은 이 차는 3000대 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이후 텔사가 성공작인 모델3를 만드는 기반이 됐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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