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닷컴 기업을 대표하는 우니스터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토마스 바그너. 그는 우니스터를 거품 성장으로 인한 악화된 경영을 타개하려다 사기에 걸리고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파이낸셜타임스> 갈무리
지난 7월14일 독일의 가장 유명한 인터넷 기업인 중 한명인 토마스 바그너(38)는 슬로베니아의 노바 고리카 인근에 추락한 비행기 안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이 사건은 인터넷 신생 기업의 거품 성장과 비리, 그리고 비극적 종말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5일 전했다. 바그너는 죽기 하루 전 궁지에 몰린 그의 기업 우니스터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베니스 행 전세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나, 영화에 나올법한 사기 행각에 걸리며 재앙으로 삶을 마감했다.
동독 출신인 그는 닷컴 바람이 불던 지난 2002년 대학 동료들과 함께 우니스터를 설립했다. 우니스터는 곧 동독 출신 기업인들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됐다. 학생들을 위한 정보포털로 시작한 우니스터는 독일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의 하나로 성장했다. 회사가 궁지에 몰렸던 지난 한해에도 휴일 여행상품 매출이 190만 유로였다.
우니스터는 출범 뒤 몇년 동안 독일의 여행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킹닷컴 등 경쟁사들이 출현하면서 경쟁이 격화되며 경영이 악화됐다. 더구나, 우니스터의 회사 구조는 엉망이었다. 지난해 바그너와 결별한 공동창업자 다니엘 키르코프는 “우니스터는 전성기 때 2천명의 종업원을 고용한 회사답지 않게 여전히 신생 기업처럼 운영됐다”고 말했다.
법적인 문제도 쌓여갔다. 지난 2012년 12월에는 각종 고소고발이 들어와 경찰이 우니스터의 본사를 급습해 그와 고위 간부 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그를 비롯한 우니스터 간부 5명은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취소된 여행보험을 허가없이 판매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우니스터가 휴일 비행기표 8만7천건을 특정 가격에 판매하고는, 이에 합당한 할인을 제공하지 않은 혐의도 적용했다.
우니스터가 지난해부터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바그너는 우니스터의 여행 사업 부문을 매각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구글 등에 광고비를 빚지면서, 채권자들은 집달리를 보내 우니스터의 계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거액의 빚을 진 보험회사 한스-메르쿠르에 대한 상환 시기가 다가오자, 지난 4월 공동창업자 키르코프는 바그너에게 파산을 신청하라고 재촉했다. 바그너는 이를 거부했다. 바그너는 남아있는 현금을 지키려고, 우니스터의 여러 자회사들로 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대응했다.
이즈음 하인즈 비로 이름이 언론에 보도된 한 금융 컨설턴트가 바그너에 접근했다. 하인즈는 레비 바스라는 이스라엘의 다이아몬드 거래상이 우니스터에 1천만 유로의 브리짓론을 저리로 빌려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하인즈는 중개료와 보증료 등으로 150만유로를 요구했다.
바그너는 이 거래를 받아들이고는 우니스터의 자회사 홀리데이리포터로 빼돌린 돈 중 150만유로를 인출했다. 바그너는 7월13일 소형 전세기를 빌려 이탈리아 베니스로 갔다. 바그너는 베니스의 호텔에서 바스를 만나고는 150만달러를 건네고는, 약속된 1천만유로의 일부분으로 200만스위스프랑이 현찰로 가득찬 가방을 건네받았다. 나머지 돈은 나중에 받기로 했다.
바스 일행이 떠난 직후 바그너는 충격에 휩싸였다. 가방에 든 현금 다발들은 겉에만 진짜 돈이었고, 속은 모두 위조지폐였다. 가방에는 9200유로에 해당하는 1만스위스프랑만 있었다.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사기 수법이었다.
바그너는 이탈리아 수사당국에 신고하고는 다음날 독일 라이프치히로 돌아가는 전세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날씨가 안좋았다. 이륙 직후 조종사는 고장을 신고했고, 비행기는 곧 슬로베니아의 노바 고리카에 추락했다. 현장에서는 1만스위스프랑이 발견됐다. 7월18일 키르코프 등 우니스터 주주들은 본사와 12개 자회사의 파산을 신청했다.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평소 신중하기 그지없는 바그너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거래에 응했고, 더구나 조잡한 위폐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것이 설명이 안되고 있다. 바그너의 죽음 뒤 우니스터 파산 관재인이 된 루카스 플뢰테는 “우니스터는 수억달러의 수입이 있던 회사였으나, 종국적으로 한 사람에게 맞춰진 회사였다. 그가 바로 바그너였다”라며, 우니스터는 아직도 그 회사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