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 저축률 20년새 최고…경기부양 기대와 정반대 ‘당혹’
경제성장 부정적 전망·중앙은행 능력 불신…현금확보 심리 자극
경제성장 부정적 전망·중앙은행 능력 불신…현금확보 심리 자극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경제대국들이 경기부양책으로 꺼내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되레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가 촉진되기는커녕 소비자들이 오히려 지갑을 꽁꽁 닫고 저축을 늘리는 정반대의 결과에 전문가들이 머쓱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8일 보도했다.
유럽연합의 통화정책 컨트롤타워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소비 증대와 경기 부양을 위해 2014년 6월 기준금리를 ‘제로’ 이하로 낮춘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열었다. 일본도 올해 초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독일·덴마크·스위스·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과 일본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저축률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 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저축률은 2010년 이후 최고인 9.7%로 늘었으며, 올해는 1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와 스웨덴의 올해 저축률 전망치는 각각 20.1%와 16.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도 올해 가구 저축률 예상치가 2.1%로, 2년 전 마이너스였던 것에서 정반대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민간 소비자들 뿐 아니라 기업들도 현금 확보에 더 집중하는 형국이다.
반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지 않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저축률이 안정된 수준이거나 약간 낮아지는 추세여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낳은 요인으로 낮은 물가상승률과 고령 인구의 증대, 각국 중앙은행들의 홍보 부족 등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마이너스 금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정책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가 성장률 전망과 중앙은행의 정책 관리 능력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연금 지급 수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은퇴한 고령층의 소비 절감과 저축 증가를 자극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자산전략가인 앤드루 시츠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소비와 대출을 늘린다”며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가 계속되면서 통화정책이 오히려 그런 확신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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