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이사(오른쪽)가 18일 영국 런던에서 필립 해먼드 영국 신임 재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이 35조원을 들여 사물인터넷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달 인공지능 등 인류 사상 최대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은퇴를 미룬 손 사장이 통 큰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인수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소프트뱅크는 18일 차세대 산업인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에이아르엠(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합의 사실을 알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소프트뱅크가 에이아르엠이 사물인터넷 분야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에이아르엠의 기술이 들어간 칩은 스마트폰에서부터 서버나 가정의 인터넷 연결 기기 등에까지 널리 쓰인다.
소프트뱅크의 창업자인 손정의 사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에 투자를 한 것이 아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회”라며 사물인터넷의 높은 성장을 언급한 뒤, “(사물인터넷은) 인류와 사용되는 제품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은퇴 연기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30년의 중점 사업으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스마트 로봇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인류 사상 최대 규모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더 일선에서 일하겠다고 밝힌 뒤, “감정을 가진 인간형 로봇 페퍼가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답”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런던 증시의 푸치(FTSE) 100 지수에 포함된 에이아르엠은 세계 최대 칩 메이커인 인텔의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 거론돼 왔으며, 칩 제조사라기보다는 설계회사다. 에이아르엠은 기업간 거래(B2B) 회사로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의 제품을 비롯해 세계 스마트폰의 95% 이상에 이 회사가 설계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사용된다. 25년 전에 설립된 에이아르엠은 현재 직원이 4천명이지만, 공장은 없다. 소프트뱅크의 인수 금액은 에이아르엠의 지난 15일 종가에서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17파운드다. 소프트뱅크는 보유한 현금과 대출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손 사장은 지난 18일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와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과 통화를 했다면서 “그들에게 영국에서 고용을 2배로 늘리고 본사도 케임브리지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며 “그들은 모든 게 좋은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해먼드 재무장관은 이번 인수에 대해 브렉시트 결정에도 영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반겼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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