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보고서 발표
애플 1800억달러로 1위
영국령 버뮤다 등에 쌓아둬
이익 도피로 감세혜택 두둑
애플 1800억달러로 1위
영국령 버뮤다 등에 쌓아둬
이익 도피로 감세혜택 두둑
애플 등 미국의 50대 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약 1조4000억달러나 넣어두고 있다고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밝혔다.
옥스팜은 13일 미국 50대 기업의 재정 상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이들 기업들이 해외의 1608개 자회사의 “불투명하고 은밀한 네트워크”에 이런 액수의 돈을 넣어두고 있다고 폭로했다. 1조4000억달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지난해 1조4351억달러)과 비슷한 규모다.
‘최상위에서의 일탈’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를 보면, 시가총액이 세계 최고인 애플은 역외의 3개 자회사에 약 1810억달러를 챙겨놔, 1위를 기록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조세회피처의 118개 자회사에 119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1080억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상위 10위 안에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474억달러), 제약회사 화이자(740억달러), 석유회사 엑손(510억달러)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들은 조세회피처에 이렇게 돈을 도피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약 4조달러에 이르는 이익에 대해 당초 세율인 35%를 평균 26.5%로 낮추는 조세회피 효과를 보았다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같은 기간 동안 미국 정부로부터 연방대출, 구제금융, 대출보증 등의 형태로 11조2000억달러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정부로부터의 지원은 아메리카은행이 약 3조5000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아메리카은행 등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들을 제외하면, 보잉이 599억달러로 1위, 제너럴일렉트릭이 503억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옥스팜은 이들 기업들이 이런 조세회피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로비스트들에게 수십억달러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8~2014년 동안 미국 50대 기업은 미국 정부 로비자금으로 26억달러를 썼다. 옥스팜은 “이들 50대 기업들이 로비에 1달러를 쓸 때마다 약 130달러의 세금 우대, 4000달러 이상의 연방대출, 대출보증, 구제금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미 기업들의 이런 조세회피로 미국 경제는 1년에 약 1110억달러의 비용을 치른다고 옥스팜은 분석했다. 또 이는 결과적으로 최빈국으로부터 약 1000억달러를 빨아들여 세계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기업들이 조세 감면을 위해 이득을 이전하는 가장 인기있는 곳은 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버뮤다다. 옥스팜은 2012년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들이 일본·중국·독일·프랑스 4개국에서 얻은 이익보다 많은 800억달러의 이익을 버뮤다로 이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미국 기업 이익의 조세회피처 도피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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