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한때 달러당 110엔 붕괴
세계경제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일본 증시도 7거래일 연속 하락
‘양적완화’ 아베노믹스 불신 커져
세계경제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일본 증시도 7거래일 연속 하락
‘양적완화’ 아베노믹스 불신 커져
일본 정부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으로 약세였던 엔 가치가 1년7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엔 강세 전환 배경에는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있으며, 엔 강세로 인해 아베노믹스 효과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은 장중 한때 1달러당 110엔 이하인 109.92엔에 거래됐다. 2014년 10월 일본 정부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시행 이후 1년7개월만에 엔 가치가 최고로 올랐다. 당시 일본은행은 시장에 공급하는 유동성을 연간 60조~70조엔에서 80조엔까지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고, 일본 정부의 돈 풀기에 힘입어 엔은 약세를 보였다.
엔이 강세로 전환하는 이유로는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우선 꼽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연설에서 “(세계경제) 경기회복이 너무 느리고 취약하며, 경기회복 지속성에 대한 위험도 커지고 있다”며 “선진 경제가 성장 배턴을 신흥국에서 이어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금리인상에 소극적인 점도 엔 강세 전환의 원인이다. 달러는 최근 몇년 동안 연준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맞물려 강세였으며, 상대적으로 엔은 달러에 비해 약세였다. 하지만 미 연준이 적어도 상반기에는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으면서, 강달러 현상은 약해지고 있다. 달러 대비 엔 가치는 연초 대비로 따져도 8.3% 올라있다.
엔 강세에 일본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닛케이지수는 6일 0.11%하락한 1만57115.36에 마감했으며,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한 이후 추진한 아베노믹스 효과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인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이라는 3개의 정책 묶음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단연 두드러지는 것이 2013년 4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과감한 금융완화였다. 일본 정부는 금융완화를 통해 엔저를 유도하면, 수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실적이 개선돼 결국 경제 전반에 투자 증가와 임금상승이라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했었다.
<아사히신문>은 5일치 사설에서 “(아베노믹스) 혜택도 대기업과 부유한 개인 투자가에게 주로 돌아가고 중소기업과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아베노믹스) 한계를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엔-달러 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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