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4개 채권단
46억달러 규모 부채상환 합의
2001년 이후 국제자본시장 복귀
재무장관 “15억달러 채권 발행”
46억달러 규모 부채상환 합의
2001년 이후 국제자본시장 복귀
재무장관 “15억달러 채권 발행”
아르헨티나가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채무 재조정을 거부해왔던 헤지펀드들과 타협했다. 이에 따라 15년 만에 국제 자본시장에 복귀하게 됐다.
아르헨티나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4개 헤지펀드들에게 46억5300만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2001년 이 나라의 디폴트와 관련된 분쟁을 타결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국채 등을 보유했던 엘리엇 등은 2001년 아르헨티나가 1000억달러 규모의 채무 상환을 거부하는 디폴트를 선언하고 채무 재조정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그동안 미국에서 소송을 벌여왔다.
엘리엇 등은 자신들의 채권을 시가대로 돌려받기 위해 법정에서 아르헨티나 해군 전함부터 위성 발사대까지 아르헨티나의 국가 재산 압류를 요구해왔다. 이에 미국 뉴욕 법원의 토머스 그리사 판사는 2012년 엘리엇 등의 채권을 먼저 갚지않고는 아르헨티나의 해외 채무 재조정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아르헨티나는 이 판결로 국제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막히는 등 사실상 2차 디폴트 상태에 처해왔다.
미국 헤지펀드의 대부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앙골라 등 개발도상국의 디폴트 채권을 놓고 끈질긴 소송전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엘리엇은 한국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소송을 벌였다.
이번 협상 타결은 지난해 12월10일 취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신임 대통령이 국제 채권자들과의 법정 싸움을 종식하겠다는 자신의 선거공약에 따른 것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츠네르 전 대통령은 엘리엇 등은 ‘벌처’(남의 불행을 이용해 먹는 자)라고 비난하며 이들과의 타협을 거부했다. 키르츠네르 정부는 2001년 디폴트 뒤 이와 관련된 채무들에 대해 2005년, 2010년 두 차례의 채무 재조정을 실시했고, 이를 거부한 채권자들에게는 채무 상환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번 협상 타결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아르헨티나의 이 법이 의회에서 폐기돼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1일 의회를 소집해, 이 법의 폐기를 처리할 예정인데 통과가 예상된다.
이번 협상 타결은 채무 상환 의지를 밝힌 마크리 정부 출범 뒤 아르헨티나에 유리한 타협안이 나온 데 힘입었다. 마크리 정부는 엘리엇 등에게 현금으로 65억달러를 갚겠다는 제안을 했다. 엘리엇 등은 그동안 90억달러 상환을 주장했다. 그리사 판사는 협상 진전에 따라 지난 19일 자신의 명령을 해제하는 판결을 내린 뒤 “간단히 말해 마크리 대통령의 선거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서 타결된 상환액은 그동안 엘리엇 등이 법원에서 판결받았던 상환액에 비해서는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이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미국 법원에서 유리한 조정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해석했다.
알폰소 프라트 가이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이 채무 상환을 위해 1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 타결에는 채무 상환을 위한 아르헨티나의 채권 발행을 방해하지 않는 조건도 포함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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