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유럽·일 등 세계경제 25% 지역 시행
이론과 반대로 소비 진작 회의적
환율전쟁만 부채질할 가능성 지적도
경기부양 카드 바닥 신호 될 위험
ECB 내달 추가 금융완화책 주목
이론과 반대로 소비 진작 회의적
환율전쟁만 부채질할 가능성 지적도
경기부양 카드 바닥 신호 될 위험
ECB 내달 추가 금융완화책 주목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시행은 중앙은행들이 경기를 부양할 수단이 더이상 없다는 뜻인가?
유럽과 일본을 포함해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지역들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시행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 정책은 최근까지는 일부에서 실험해보는 수준이었다. 2009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중앙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폈지만 경기가 되살아나자 금세 금리를 다시 올렸다. 이후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이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지만, 당시만 해도 이 조처는 양적완화 정책 시행 전에 취하는 임시방편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스위스와 덴마크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일본 중앙은행도 올해 계속되는 금융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이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제 세계 중앙은행들의 보편적인 정책 수단 중 하나로 격상된 듯하다.
이론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은행으로 하여금 대출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기존에 저축을 하던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에서 1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실제 소비 진작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전체 응답자 중 4분의 3은 저축한 돈을 일단 은행에서 인출하겠다고 답했다. 중앙은행들의 의도대로라면 사람들이 인출한 돈을 소비에 써야 하지만, 응답자 중 12%만이 소비를 늘리겠다고 했다. 대부분은 돈을 집에 쌓아두거나 다른 투자처를 찾아나서겠다고 답했다.
은행의 처지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라고 해서 예금주들 계좌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돈에 보통 적용된다. 시중은행은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적용할 수 있고 실제로 적용하는 곳도 없지는 않지만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일반 예금주 예금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 예금주들이 너도나도 은행에서 돈을 뺄 우려가 있는 탓이다. 시중은행의 주요 수익원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인 예대마진인데, 예금금리에 마이너스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예대마진이 줄어들 확률이 높다. 이런 우려로 올 1월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한 뒤 은행주는 20% 폭락했으며, 유럽에서도 은행주가 20% 이상 폭락했다.
일부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경기부양 효과는 별로 없고 환율 전쟁만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대량파괴무기’라고 비유하며 “각국의 ‘상호확증파괴’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위험하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전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취한다는 것은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쓸 카드가 바닥났다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는 탓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불을 지필 강력한 후보는 유럽중앙은행이다. 유럽중앙은행은 다음달 10일 금융 완화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현재 -0.3%인 예금금리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최근 범죄 악용이 우려된다면서 500유로(약 68만원) 지폐의 유통 금지를 내비친 이유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쉽게 펼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다. 고액권이 유통되면 사람들이 현금을 집에 쌓아두기가 더욱 쉽고, 이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목표인 소비 진작과는 어긋나기 때문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주요 국가 마이너스 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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