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사우디, 2월 조정계수 조정
한국 등 아시아 배럴당 0.7달러 인상
물량 급감한 유럽국가엔 인하 혜택
“유럽보다 3~4달러 비싸게 사는셈”
한국 등 아시아 배럴당 0.7달러 인상
물량 급감한 유럽국가엔 인하 혜택
“유럽보다 3~4달러 비싸게 사는셈”
지난 17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 뒤 원유 증산 방침을 밝힌 이란 정부가 유럽 쪽 수출 단가는 낮추면서 우리나라가 포함된 아시아 쪽 단가는 되레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는 19일 유럽연합 쪽으로 수출하는 원유의 공식판매가격(OSP)에 반영되는 ‘조정 계수’를 1월 배럴당 -4.3달러에서 2월에는 -4.85달러로 0.55달러 낮췄다(경질유 기준). 유럽에 수출하는 원유는 해당하는 달의 북해산 브렌트유 평균 가격에 조정계수를 더한 값으로 원유를 판매하는데, 조정계수를 낮췄다는 것은 그만큼 더 싸게 팔겠다는 뜻이다. 반면, 아시아 쪽 수출 원유에 적용하는 조정계수는 1월 배럴당 -3.13달러에서 2월 -2.43달러로 0.7달러 인상했다. 아시아 쪽에 판매하는 원유는 두바이유·오만유 평균 현물값에 조정계수를 더한 값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란의 이런 조처와 관련해 국내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란이 잃어버렸던 유럽 지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같다. 경제 제재 탓에 최근 3~4년 새 이란산 원유의 한국·중국·인도 등 아시아 수출 물량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유럽 쪽 수출 물량은 95%까지 감소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5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아람코)도 2월 유럽 쪽 수출 물량에 적용되는 조정계수를 전달보다 0.6달러 낮춘 -4.85달러로, 아시아 쪽 조정계수는 0.6달러 올린 -0.8달러로 공표한 바 있다.(아랍라이트유 기준)
결국 정치·경제적으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유럽에서는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더라도, 아시아에서는 그러지 말자고 사실상 보조를 맞추고 있는 셈이다. 또 결과적으로 이란의 국제 원유 시장 복귀로 인한 유가 인하 혜택이 유럽에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등 아시아는 유럽에 비해 배럴당 3~4달러 비싸게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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