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해제로 공사 발주 기대
대림·현대·GS 등 대형사들
직원 파견 등 본격 영업 돌입
저유가에 이란 재정 어려워
수주 경쟁 더 치열해질 듯
대림·현대·GS 등 대형사들
직원 파견 등 본격 영업 돌입
저유가에 이란 재정 어려워
수주 경쟁 더 치열해질 듯
국제 사회의 대 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17일 해제되면서 이란에서 신규 공사를 따내기 위한 국내 건설업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란 건설시장의 빗장이 풀려 그동안 묶여 있던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과 플랜트 공사 등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침체된 중동 건설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란의 재정 여건이 팍팍해진데 따라 공사 발주가 지연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등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과거 이란에 진출했던 경험이 있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앞다퉈 이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주 지원 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대림산업은 컨트롤타워인 테헤란 지사를 중심으로 발주처 동향 등을 살피면서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공사와 가스·석유화학 플랜트 개보수 공사를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짜는 중이다. 대림산업은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 남부 캉간 가스정제소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진행한 인연으로 이란 정부와 발주처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큰 16억2033만달러 규모의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를 수행한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테헤란 지사에 직원을 늘려 파견하는 등 본격적인 물밑 영업 활동에 나섰다. 지에스(GS)건설도 항만·병원·도로 등 인프라 수주를 위해 전문 영업인력을 배치하면서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밖에 대우건설, 삼성물산, 에스케이(SK)건설 등도 인근 두바이 지사 등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섰고, 이라크 비스마야에서 대규모 주택사업을 진행 중인 한화건설도 이란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앞서 이란은 2010년 경제 제재 전까지 해외 건설 수주액으로 세계 전체 국가 중 6위, 중동 국가 중에서는 5위를 차지하는 주요 국가였다.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수행한 공사는 97건, 총 12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제재 동참으로 공사 수주가 전면 중단되면서, 지에스건설은 2009년 수주했던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6~8단계 공사(13억9000만 달러)를 포기하는 등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란은 가스 매장량 세계 2위,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인 자원 부국이지만 건설시장이 에너지 관련 플랜트에 편중된 다른 중동지역 산유국들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그동안의 경제 제재로 인해 석유·가스 관련 프로젝트 외에도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의 토목사업과 주택, 빌딩, 호텔, 병원 등의 건축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다수 추진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비엠아이(BMI)는 이란의 건설시장 규모가 2017년에 436억달러, 2019년에는 582억달러(약 70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저유가가 이란 건설시장의 발목을 잡는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은 원유·가스 등을 판매해 국가 재정을 충당해야 할 처지인데, 최근 국제 유가를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뜨린 공급과잉 문제가 당분간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중동실장은 “이란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국가 재정이 어렵다면 시공 능력은 뛰어나지만 자금 조달 능력은 취약한 국내 건설사들이 외국 기업과의 수주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공공기관, 정책 금융기관 등과 손잡고 수주전에 참여하는 등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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