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하이얼. 사진 AP 연합뉴스
6조5000억원에…GE 브랜드 유지
해외 브랜드 취약점 극복 기회로
삼성·LG 미 시장 점유율 타격 우려
해외 브랜드 취약점 극복 기회로
삼성·LG 미 시장 점유율 타격 우려
중국 최대 가전제품 제조사인 하이얼이 세계 굴지의 인프라 기업인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한다.
하이얼은 15일 제너럴 일렉트릭의 가전 부문을 54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두 회사는 또 인터넷, 헬스케어, 첨단 제조업 같은 분야에서도 협력하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기로 했다. 하이얼 쪽은 하이얼그룹 전체 지분의 41%를 보유한 칭다오 하이얼이 이번 인수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얼과 제너럴 일렉트릭은 올해 중순까지 각각 주주 승인과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인수 계약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하이얼은 인수가 완료된 뒤에도 제너럴 일렉트릭의 브랜드 ‘GE’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는 중국 가전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외국업체 인수합병이다.
1984년 냉장고 제조사로 출발한 하이얼은 창업 30년 만인 2014년 기준 매출액 326억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10.2%를 차지한 세계 최대 가전업체로 급성장하며, 6년 연속 글로벌 백색가전 브랜드 세계 1위를 지켰다. 이처럼 왕성한 성장력에 세계 가전업체의 간판인 제너럴 일렉트릭의 브랜드 가치를 입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확실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얼은 그동안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선두를 달려왔지만,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장루이민 하이얼그룹 회장은 “이번 전략적 동맹은 하이얼과 제너럴 일렉트릭 모두에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양사의 파트너십이 주주들에게도 훨씬 높은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제프리 이멀트 최고경영자는 “하이얼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사업 투자를 확대하려 해왔다”며 “우리도 하이얼과 함께 중국에서 GE 브랜드를 키울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반겼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앞서 지난해에도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에 가전사업부를 매각하려고 했지만, 미국의 반독점 감독 당국의 제동으로 무산된 바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전기조명회사를 모체로 성장해, 1892년 에디슨 종합전기회사와 톰슨휴스턴 전기회사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세계 최대의 글로벌 인프라 기업이다. 한편 두 회사의 매각과 인수가 완료되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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