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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원유시장의 두 ‘큰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록 2016-01-11 20:13

공조·견제하며 유가 쥐락펴락
셰일가스 향방따라 판도 바뀔듯
지난해 전 세계 하루 평균 원유 소비량은 약 9500만배럴, 저유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급 과잉 물량은 하루 300만배럴가량이다. 결국 실제 소비량보다 3%가량 더 생산되고 있다는 이유로 1~2년 새 가격이 4분의 1토막 난 셈이다. 재고 해소 기미가 안보인다지만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가격 변동폭이 너무 크다.

이는 일반적인 제품과 달리 원유는 국가의 전략물자요, 월가 큰손들의 투기상품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역학관계나 투기자본의 장난이라는 비경제적인 요인이 유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원유시장을 움직이는 양대 ‘큰 손’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다. 석유전쟁의 역사와 전망을 다룬 <오일의 공포>(손지우·이종헌 지음)에서는 이들의 공조와 전략 속에서 유가와 시장의 룰이 정해져 왔음을 보여준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2010~14년 고유가와 현재 저유가 모두 마찬가지다.

공조는 두 나라가 ‘원유는 달러로만 결제’에 합의해, ‘달러화의 위상 확립 및 안정적인 원유 공급권 확보’와 ‘사우디 왕정 및 유전 보호’라는 이권을 주고받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에는 사우디의 증산·저유가 정책이 미국의 숙적 옛 소련 경제에 치명타를 가해 붕괴(1991년)로 이어졌으며, 같은 시기 미국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의 숙적인 ‘시아파의 맹주’ 이란을 경제제재해 성장을 지체시켰다. 2010년대 둘은 고유가로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현재 저유가 전략도 역사적으로 보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19세기 중후반 ‘석유왕’ 록펠러는 저가 전략에 정치·언론권력을 동원해 상대 기업을 무너뜨린 뒤 합병하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워 미국 석유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다. 20세기 초중반에는 ‘록펠러의 후예들’인 스탠더드 오일, 로얄더치셸, 걸프오일 등 ‘7공주’로 불린 서구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임의로 공시가격을 정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2000년대에는 러시아·중국·이란·브라질·베네수엘라 등 산유국 정부가 설립한 국영석유기업들(‘신 7공주’)의 존재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들의 적극적 석유개발은 셰일가스 개발을 만나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저유가가 지속한다면 상대적으로 재정이 탄탄한 ‘7공주파’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클텐데 그 다음은? 서구 메이저 업체들이 신흥국 유전들을 헐값에 확보해 시장지배력을 높이지 않겠냐는 게 이 책의 조심스런 전망이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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