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7% 넘게 폭락하며 개장한 지 30분도 안 돼 거래가 완전히 중단된 7일 베이징의 한 투자자가 망연자실한 채 주가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위안화 4년10개월 만에 최저 기록
시중 투자자금 유출 급속 확대
실물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
뒤늦게 ‘대주주 매도 재규제’ 발표
시중 투자자금 유출 급속 확대
실물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
뒤늦게 ‘대주주 매도 재규제’ 발표
중국 증시가 사흘 만에 다시 폭락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주가 폭락은 지속된 위안화 가치하락에 따른 자본유출 확대 우려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주주 주식 매도 금지 해제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단기 경기부양 대책보다 장기 구조조정 정책을 제시한 데 대한 시장의 거부감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상하이 증시 폭락의 표면적 이유는 4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위안화 절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의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51% 올린 6.5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절하 폭이 가장 컸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2011년 3월18일(달러당 6.5668위안) 이후 4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왕쥔 중국증권공사 투자분석가는 7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번 증시 공황 원인은 외환시장 탓이다. 지속된 위안화 평가절하 탓에 시중 투자자금이 유출됐다”고 말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 외환보유액은 2014년 6월(3조9930억달러) 이후 지난해 11월(3조4382억달러원)까지 5000억달러 이상 줄었다”며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위안 약세)를 예상한 자본유출로 보이며 앞으로 위안화 절하 폭의 확대, 시장의 불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주주 주식 매도 허용을 하루 앞두고서야 대책이 나온 것도 폭락에 한몫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증시 파동 뒤, 국유기업과 상장사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와 경영진, 임원 등의 지분 매각을 6개월간 금지했다. 대규모 매물이 쏟아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은 4일 서둘러 증시에서 돈을 빼냈다. 중국 당국이 매도 금지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미덥지 못했던 투자자들은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서둘러 주식을 팔아치웠다. 중국 당국은 이날 “대주주들이 3개월 안에 처분할 수 있는 지분이 1%를 넘지 못하게 하겠다”고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내놨다.
중국 증시가 재차 폭락하면서 실물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창선 엘지(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사흘 만에 다시 폭락세를 보인 건 충격적이다. 금융시장이 실물경제를 불안하게 본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문제다. 그렇다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 정부가 증시를 통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꾀하려고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임호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실장은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정된 경로는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비의 성장 기여율이 2014년 51%에서 올해 58%까지 올라갔고 서비스업 비중도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중국 당국의 의도대로 경제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경제 구조개혁을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경기부양책을 원하던 시장에 중국 정부가 던진 메시지는 중장기 산업 구조조정이었다. 당장의 부양책을 원하는 시장과 정부의 갈등이 연초 증시 폭락으로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지만수 연구위원은 “중국의 구조개혁이 연착륙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언제 살아날지가 세계 시장의 관심사인데 이번 중국 시장의 반응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새해 초부터 잇따르는 대외 악재로 국내 금융시장은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21.1(-1.1%)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4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1200.6원)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한국처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만,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통화도 올 들어 달러 대비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중국 증시 폭락은 중국의 내부 투자가 줄어든 게 금융시장에 반영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등락에 일희일비 말아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중국 무역 의존도가 큰 만큼 중국이 자국 내 투자를 줄이는 데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july@hani.co.kr
요동치는 중국 상하이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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