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거래일 최대낙폭 공황상태
제조업 지표 48.2…3개월새 최저
투자자들 경기 비관론 크게 작용
‘동결’ 대주주 주식 2조2900억위안
8일부터 풀리면 더 떨어질 듯
계속된 위안화 약세도 한몫
제조업 지표 48.2…3개월새 최저
투자자들 경기 비관론 크게 작용
‘동결’ 대주주 주식 2조2900억위안
8일부터 풀리면 더 떨어질 듯
계속된 위안화 약세도 한몫
새해 첫 거래일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하며 공황상태에 빠졌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6~7월 증시 파동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다.
중국 당국이 증시 파동을 막고자 지난해 12월 처음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이날 두차례나 발동됐지만 폭락세를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오후 장 시작 15분 만에 5% 이상 빠진 상하이지수는 마감시각인 오후 3시(현지시각)를 채우지 못한 채 거래가 중단됐다.
새해 첫날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친 데는 제조업 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 비관론이 크게 작용했다. 이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 48.6보다 더 떨어진 48.2라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3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구매관리자지수가 50을 밑돌면 제조업 경기가 하강할 것임을 시사하는데,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연속 5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구융타오 신다증권 분석가는 <로이터>에 “제조업 지수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매도세가 커졌다”고 말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25년 만에 최저치인 6.5%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당국이 8일부터 대주주의 주식 매도 금지 조처를 해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폭락을 부추겼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증시 파동 뒤 예방책으로 6개월 동안 국유기업과 상장사의 최대 주주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관계자들이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중국 금융정보업체 윈드는 “지난 6개월 동안 매매가 동결된 주식 규모가 2조2900억위안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한 펀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간 참아온 대주주들이 차익을 실현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이 경우 상하이지수는 3000선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해를 이어 계속되고 있는 위안의 약세도 주가 폭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1달러당 위안 기준 환율을 6.503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2011년 5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에 연동된 위안도 동시에 평가절상되는 것을 막고,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려고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 유출을 억제하는 장치를 도입할 것이란 소식이 최근 꾸준히 증권가에 나돌았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당국이 자본 유출을 제어할 것이란 걱정이 퍼지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단기 매도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처음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외려 공황상태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적잖이 제기된다. 훙하오 교통은행 투자전략가는 “(처음 도입된) 서킷 브레이커가 투매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투자자들이 남들보다 빨리 팔아야 한다는 마음에 쫓겼다”고 말했다. 중국의 서킷 브레이커는 우량주 중심의 시에스아이(CSI) 300지수가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면 발동돼 15분 동안 거래가 중단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해 CSI 지수가 5% 이상 등락한 게 14차례나 된다. 이대로라면 중국 증시는 더욱 자주 멈추게 될 것이고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당국의 부양책이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엔 시진핑 주석이 “경기 부양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이 알려지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증시가 요동칠 때마다 금리 인하와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며 증시를 떠받쳐왔다. 지난해 중국 증시는 2014년보다 9.4% 상승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추가 증시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위축됐다”고 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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