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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미 제로금리 끝…새로운 불확실성 시대로

등록 2015-12-17 19:35수정 2015-12-17 23:0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지속해온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린 16일(현지시각)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중개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지속해온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린 16일(현지시각)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중개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뉴스분석

연준, 7년만에 0.25%p 인상
“경제 여건상 점진적으로”
내년말 1.5%로 속도조절 시사

부채 많은 신흥국 위기 우려
각국 금융시장 일단 무덤덤
미국의 ‘제로 금리’가 만든 ‘이지(easy) 머니의 시대’가 끝나고 세계 경제가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동 개시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민간 부채 규모가 급팽창해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관련기사 8·9면

연준은 16일(한국시각 17일 새벽) “미국 경제가 잘 작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2008년 12월16일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0~0.25%까지 내린 기준금리를 꼭 7년 만에 0.25~0.5%로 올렸다. 오랫동안 예고된 것이고, 연준이 점진적 추가 인상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이날 미국과 17일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주눅 들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초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졌고, 세계 대부분의 경제권이 어려운 가운데 9년 6개월 만에 이뤄진 인상이라 어떤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빚이 많이 쌓인 상태에서 미국 금리가 오르면 급격한 부채 조정으로 파열음이 난 적이 과거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가 표면화하기까지 1~2년의 시차를 보이기도 했다.

이제 세계의 관심은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쏠리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에는 “경제 여건상 단지 점진적 인상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 내용이 영향을 줬다. 재닛 옐런 연준 이사회 의장도 1시간가량 기자회견에서 “점진적”이라는 표현을 10여차례 쓰며 금융시장을 안심시키려고 각별히 노력했다. 그는 또 “첫 인상의 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0.25%포인트 인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흥시장 정책 담당자들과도 투명하게 소통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전망도 점진적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위원 17명의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2016년 말이 1.375%, 2017년 말은 2.375%, 2018년 말은 3.25%다. 9월 회의 때보다 2017년·2018년 전망치가 조금 내려갔다. 0.25%포인트씩 조심스럽게 올린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이사회 의장의 이름을 딴 ‘그린스펀의 베이비 스텝’으로, 내년 말까지 서너 차례 추가 인상해 1.25~1.5%로 만들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정상적 기준금리 수준이라고 일컫는 3%대를 회복하는 데 3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된다. 이 정도라면 1994년 이후 세 차례 금리 인상기에 견줘 속도가 대략 3분의 1에서 2분의 1에 그친다.

신흥국 비금융 기업들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
신흥국 비금융 기업들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
미국의 선제적 금리 인상이 신흥시장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냐도 초미의 관심사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는 각각 타이와 그리스라는 약한 고리를 잡고 번졌다. 문제는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는 신흥국들의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점이다. 10% 넘는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던 중국은 올해 3분기에 6.9% 성장에 그쳤다. 5년 연속 성장률이 뒷걸음치는 신흥국들은 과거에 비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지만, 지금의 경기 상황을 보면 충격 흡수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 금융기구들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잇따라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에 내놓은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2004~2014년 20개 신흥국들의 비금융 기업 부채가 4조달러에서 18조달러(약 2경1249조원)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은 “많은 경우 부채 급증이 금융위기에 선행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세계은행도 “퍼펙트 스톰”(초강력 폭풍)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2009년 이후 미국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달러가 신흥국들로 많이 유입됐고, 이들 국가도 금리를 따라 내리면서 민간 부채가 급증했다.

달러가 본격적으로 역류하면 신흥국들은 자산 가치 하락, 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 부담 증가, 통화 가치 하락이라는 반대 방향의 길을 강요받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신흥시장에서 5000억달러(약 590조원)를 빼내갔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흥국들 중에서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자원 신흥국들이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16일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등급의 맨 아래 단계(BBB-)에서 한 단계 아래인 투기 등급(BB+)으로 강등시켰다.

한국도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육박한다. 신흥국들 가운데 경제 규모 대비 최고 수준이다. 민간기업 부채는 2350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17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외환보유고가 3600억달러까지 올라갔고 단기외채 비중도 30%를 밑돌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나 금융불안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다른 신흥국들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같은 심각한 사태가 발생해 ‘감염 효과’가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둔화가 신흥국들의 부채 위기와 맞물릴 경우가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꼽힌다.

이본영 김외현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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