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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미국 ‘정크본드’발 혼란, 신흥국으로 번지나

등록 2015-12-15 20:00수정 2015-12-16 09:33

미국의 정크본드(투기채권) 시장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채권시장까지 불안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정크본드 투매가 신흥시장 회사채 시장으로 전염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가급락·미 금리인상 앞두고
투자자 조기 환매 요청 잇따라
대형 운용사, 환매 중단 선언도

투매 지속땐 유동성 확보 위해
신흥시장 회사채 매각 불가피
직접적 여파 ‘제한적’ 전망도

정크본드는 신용평가 등급이 ‘BB’ 이하인 투기채권을 말한다. 부도 가능성이 높지만 통상 7% 이상의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투자자들은 경기상승기 때 투기등급 채권에 몰렸다가 경기가 불안해지면 매각하는 습성이 있다. 최근에는 유가 급락으로 원유 개발 업체들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크본드 시장에서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 정크본드 시장은 지난 11일 4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대형 정크본드 뮤추얼펀드인 서드 애비뉴 매니지먼트는 투자자들의 조기 환매 요청에 시달리다가 결국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펀드 규모가 7억8800만달러(약 9300억원)에 이르러 금융시장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일각에선 정크본드 시장의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뮤추얼펀드는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하면 곧바로 현금으로 돌려줘야 하지만, 이 펀드의 경우 편입한 채권의 수익률이 좋지 않고 채권 매각마저 어려워지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 정크본드 시장은 14일에도 투매 현상이 지속됐다. 62억달러 규모의 정크본드 펀드를 운용하는 와델 앤드 리드(Waddel & Reed) 파이낸셜의 주가는 7.5%나 폭락했고, 58억달러를 운용하는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홀딩도 7%나 떨어졌다. 특히, 에너지기업에 투자한 펀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정크본드 펀드들은 편입 종목의 매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4일 “투자은행들이 채권 펀드 운용책임자들에게 유동성을 점검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미 정크본드 시장의 혼란이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옮아붙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 금융시장에선 신흥시장 회사채는 정크본드와 비슷한 자산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강하다. 신흥시장 회사채도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성격이 높은 탓이다. 실제로 신흥시장 회사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당히 매력적인 수익을 안겨줬고, 이에 따라 이 시장에 많은 자금이 몰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시장 회사채 시장 규모가 최근 10년간 4배가량 급팽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펀드자료 제공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대표적인 15개 신흥국 회사채 펀드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순유입된 자금은 657억달러에 이른다. 스톤 하버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경우, 펀드 규모가 2009년 8억8080억달러에서 지난 11월 현재 60억달러로 7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들 펀드들에서 환매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들 15개 펀드에서 올해 자금 유출액은 49억달러(11월까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미 정크본드 시장의 투매 현상이 악화될 경우 이를 운용하는 펀드들이 대거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익률 하락 또는 손실을 우려하는 미국 정크본드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펀드 조기 환매를 요청할 수 있다. 환매 요청을 받은 펀드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흥시장 회사채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일부 펀드들의 신흥시장 채권 편입비율은 20%에 이른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시장 회사채가 크게 증가했다. 자금 환경이 경색될 경우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시장은 상당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상당수 투자자가 신흥시장 채권에서 빠져나왔다는 점에서 신흥국에 끼칠 직접적 여파는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아서 라우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는 “연초에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펀드 유출이 있었다”며 “미국의 정크본드 매도세가 신흥국의 채권 매도를 촉발하겠느냐고 묻는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여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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