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 세분화
기존 배출권 거래제 조정 불가피
기존 배출권 거래제 조정 불가피
‘파리협정’으로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사회인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큰 도전 앞에 놓이게 됐다.
파리협정은 가입 당사국들에 5년마다 점점 높은 수준의 감축 계획을 내놓도록 요구하는 한편, 협정 이행 상황을 매 5년 단위로 점검해 공개하기로 돼 있다. 새 기후변화 체제에 참여하기로 한 국가들이 파리 기후회의 전까지 유엔에 제출한 ‘기여 계획’을 모두 달성하더라도 파리협정에서 정한 기후변화 억제 장기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압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 화석연료 사용 과정에서 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2012년 기준)의 온실가스 배출 대국이기 때문이다. 결국 파리협정 체제에서 한국이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것은 떠밀려서 하느냐, 주도적으로 하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파리회의에서 돌아온 정부는 협정문에 대한 비준 절차를 밟는 한편 현재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에 202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를 줄이도록 규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한 기여계획에 맞춰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후속 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 이른바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이 로드맵에는 목표 달성을 위한 연도별 감축 목표, 산업·건물·수송·에너지 등 부문별로 세분화된 감축 목표와 업종별 감축 목표가 포함된다. 이 로드맵 작성 과정에서 부문별로, 또 업종별로 감축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지기 위한 갈등과 진통이 예상된다.
기존 감축 목표에 맞춰 짜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의 조정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올해 시행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서 배출권이 과소 할당돼 기업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며 배출권 추가 할당을 요구해왔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정을 계기로 배출권 추가 할당을 요구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은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은 고유가 시대에 잠깐 조명을 받았지만, 이후로는 우리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최근 정부는 신기후체제 출범을 계기로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을 내놨지만, 관련 산업 육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빠져 있다. 앞서 지난 7월 확정된 ‘제7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서도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 없이 2029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로 높이겠다고만 발표했다.
김정수 이순혁 기자 js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