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규모인 브라질 경제에 폭풍우를 예고하는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9일 브라질 국채의 신용등급을 현재 Baa3에서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인 Ba1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브라질의 거시경제와 재정 상태가 급속하고 실질적으로 악화하고 있는데다 앞으로 2~3년 안에 회복될 전망이 흐리다는 점, 정부의 관리능력이 약해지고 있는 반면 정치적 불안정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브라질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실업률은 치솟고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올해에만 40% 넘게 폭락했다. 게다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재정적자 축소와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재원을 중앙은행 국고에서 가져다 썼다는 이유로 의회의 탄핵 위기에 몰린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제 전망이 더욱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9월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브라질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 부적격 단계인 ‘BB+’로 낮췄다. 그에 이어 무디스까지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으로 평가할 경우, 외국인 투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브라질 자산에 대한 대대적인 헐값 매각 사태가 닥칠 수도 있다. 연금 등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2곳 이상이 신용등급을 ‘정크’로 강등하면 해당 자산에 투자할 수 없게 돼 있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검토 기간은 90일이다.
무디스는 이날 브라질 최대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신용등급도 Ba3에서 Ba2로 한 단계 낮췄다. 무디스는 “페트로브라스가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기 어려울만큼 기업 사정이 나빠져 자본 충당에 실패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트로브라스는 지난해부터 정경유착 부패 스캔들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1953년 국영기업으로 출범한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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