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경제

원자재값 폭락…광산·원유업체 ‘한파 터널’

등록 2015-12-09 19:53수정 2015-12-10 09:09

앵글로아메리칸 “직원 63% 감원”
글렌코어도 광산매각등 자구책
올 북미 생산업체 40곳 파산신청
중 투자 감소·미 금리 변동 ‘위기’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주요 원자재 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적 원자재 기업인 ‘앵글로아메리칸’은 8일 전체 직원 13만5000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8만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독일 출신으로 영국에 이주한 어니스트 오펜하이머가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JP)모건과 함께 1917년에 세운, 역사가 긴 회사다. 지금도 세계 백금의 40%를 공급하고,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 1위 업체인 드비어스를 소유한 원자재 시장에서 손꼽히는 다국적 회사다.

앵글로아메리칸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쿠티파니는 “솔직히 말해서 원자재 가격이 이렇게 극적으로 궤멸적 수준으로 내려갈 줄 몰랐다. 그런데 앞으로 6개월 동안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같다”고 말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회사 규모를 현재의 60%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당수 광산들은 매각하는 게 아니라 폐쇄할 계획이다. 영국 런던에 있던 본사 사무실도 없애고,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드비어스 본사에서 사무실을 같이 쓰기로 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드비어스 주식 85%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앵글로아메리칸은 앞으로 다이아몬드, 구리, 석탄 등 세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앵글로아메리칸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 기업들도 사정이 좋지 않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원자재 기업 글렌코어는 내년까지 300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상환해야 할 정도로 사정이 나쁘다. 세계 아연 시장의 60%, 구리 시장의 50%를 점유한 글렌코어가 무너지면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비슷한 충격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글렌코어가 자신들이 보유한 광산 매각 등 자구책을 발표하며 위기설은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뉴욕 타임스>는 8일 올해 북미 원유 및 가스 생산업체 중 40곳이 파산보호 신청을 냈으며, 내년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유지되면 파산하는 곳이 더 늘 것이라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내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8일 런던 시장에서 장중 한때 배럴당 39.81달러에 거래돼 배럴당 40달러가 붕괴됐다. 이후 다소 회복해 마감가는 40.26달러였다. 서부텍사스 원유는 37.9달러로 마감해 전날보다 0.14달러 하락했다. 세계 원유시장 가격의 기준점으로 통용되는 두 유종의 가격은 모두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8일 철광석 가격이 t당 39.6달러로 내려갔다고 전했다. 10년 내 최저 가격 수준으로, 2011년 200달러에 견주면 5분의 1 수준이다. <에이피>(AP) 통신은 구리와 금 가격은 올해 각각 30%와 11% 하락했다고 전했다. 19개 원자재 시세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 시아르비’(CRB) 지수는 8일 177.9로, 2011년 4월22일 367.2에 견주면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원자재 가격 하락의 주요한 원인은 우선 중국 특수 감소를 들 수 있다.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원자재 수요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원자재를 쓸어담았다. 중국 수요를 보고 원자재 기업들이 빚을 내서 투자를 했지만, 최근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원자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원자재 가격은 중국 특수 등에 힘입어 2000년대 이후 장기 상승세였으며, 이 때문에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라는 말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세계적 투자은행들은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끝났다는 보고서를 냈다. 원자재 슈퍼 사이클에는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떨어뜨린 달러 가치도 한 몫을 했다. 그런데,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고 이달에는 제로 수준이었던 금리까지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달러 강세와 원자재값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 대세 하락과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듯보인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1.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트럼프 “다시 김정은에게 연락해 보겠다” 2.

트럼프 “다시 김정은에게 연락해 보겠다”

커제 LG배 실격에 “이런 패배는 4천년 만에 처음” 중국서 불만 3.

커제 LG배 실격에 “이런 패배는 4천년 만에 처음” 중국서 불만

미 법원, 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에 제동…“명백히 위헌” 4.

미 법원, 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에 제동…“명백히 위헌”

트럼프 “중·러와 비핵화 희망” 핵군축 추진 시사…북핵은 언급 안 해 5.

트럼프 “중·러와 비핵화 희망” 핵군축 추진 시사…북핵은 언급 안 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