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직원 6명도 기소
처벌로 이어질지는 대다수 회의적
처벌로 이어질지는 대다수 회의적
이탈리아 검찰이 자국의 신용등급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며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스앤피)와 피치를 기소했다.
이탈리아 남부 트라니 검찰은 유럽 재정위기 당시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정도로 낮게 책정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에스앤피와 피치를 기소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트라니 검찰은 회사와 함께 2011년과 2012년 당시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에 관여한 에스앤피 직원 5명과 피치 직원 1명도 기소했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 이탈리아는 국가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유로존 나라로 꼽혔으며,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과 함께 ‘피그스’(PIGs·돼지들)라는 모욕적인 명칭으로 불렸다. 에스앤피는 지난해 12월에도 이탈리아의 경제성장 저조와 높은 국가부채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정크 본드(투자 부적격 채권) 바로 윗단계에 불과한 BBB-까지 떨어뜨려놓은 상태다. 피치도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BBB+로 책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이번 기소가 처벌로 이어질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이탈리아 감사원의 한 감사위원은 지난해 에스앤피가 이탈리아 역사나 예술, 그리고 풍광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신용등급을 강등했으니 2000억유로(약 263조원)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비웃음을 당한 적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두 평가사들은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매기는 신용등급을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의문과 비판이 제기돼 왔다. 2012년 오스트레일리아 법원은 에스앤피가 나중에 가치가 폭락한 복잡한 파생상품에 AAA 등급을 매겨 투자자들을 오도했다고 판결한 적이 있다. 올해 초 에스앤피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모기지 기반 구조화 상품의 신용등급을 AAA로 뻥튀기해 매긴 일 때문에 미국 법무부에 약 14억달러(약 1조6400억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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