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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하늘과 땅이 되어 버린 금리 0%와 0.25%의 차이

등록 2015-09-20 20:10

안근모의 글로벌 모니터
봄이 오고 기온이 영상을 회복해도 몸이 허약한 환자에게는 겨울 외투가 편하고 안전하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7년째 고수해온 제로금리 정책과 미국 경제를 나는 이렇게 비유해왔다.

미국의 경제는 외견상 여름을 향하고 있다. 2010년 이후로 매년 2% 안팎의 성장률을 달성해왔다. 최근 1년여 사이에는 경제와 고용이 더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중이다. 실업률은 이제 ‘완전고용’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주 두꺼운 겨울 외투(제로금리)를 계속 입기로 했다. 올해 안에는 금리를 올린다지만 그래 봐야 0.375% 수준이다. 외투 단추 몇개만 푼 정도다. 그런데도 전세계가 초긴장이다. 7년 만에 노출된 목덜미로 한기를 맞아 다시 응급실로 실려 갈까 걱정이다. 금리를 못 올리는 이유가 돌림노래처럼 등장하는데, 이번엔 달러 빚을 쌓아온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이다.

연준은 3.5% 정도의 정책금리가 “정상”이라고 판단한다. 금융위기 이전(약 5%)에 비하면 많이 떨어져 있다. 잠재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탓이다. 그러나 지금 수준에서 바라보면 10배 이상 높은 까마득한 이자율이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너무 낮게 유지해 경제를 망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토록 낮은 금리에도 빚을 내 공장을 짓겠다는 기업은 드물다. 실물경제에는 지금의 금리조차도 싸지 않다는 방증이다. 일본은 20년째 제로금리지만 물가 회복이 요원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금리가 언젠가는 정상 수준으로 인상될 수 있을까? 연준은 3년 뒤에는 그렇게 돼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나는 불가능할 거라고 본다. 금리의 어머니인 경제가 만성 중환자이기 때문이다.

적정 이자율은 부채 규모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빚이 1억원인 사람이 부담할 수 있는 최고 금리가 5%라고 하자. 그런데 만약 이 사람의 부채가 2억원으로 늘어났다면 2.5% 이상의 이자율을 감당할 수 없다. 2007년 말 국내총생산의 63%이던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지금 101%로 불어나 있다. 이는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질환이다.

여기에서 다양한 합병증이 파생된다. 바닥으로 떨어진 금리와 달리 재해발생률, 사고율, 사망률, 인구구조 등은 예전 그대로다. 보험회사와 연금이 궁지에 몰렸다. 과거처럼 안전한 채권에만 투자해서는 돈을 못 번다. 보험금과 연금을 약속한 대로 내주기 어렵다. 그래서 이들은 더 위험한 곳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의 500대 상장회사들(S&P 500)은 지금 주가의 5%에 해당하는 이익을 해마다 내고 있다. 주가의 2%를 넘는 이익은 배당금으로 꼬박꼬박 지급한다. 이 5%나 2%는 주식이 제공하는 직간접적인 이자다. 0.2%에 불과한 1년짜리 정기예금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미국의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미국 정부 통계로 계산해보면, 미국에서 집을 사서 세를 놓을 경우 원금의 6.2%를 이자처럼 받을 수 있다. 세금과 유지보수비 등을 고려해도 매우 매력적인 투자가 된다. 그래서 집값도 계속 오른다. 실물경제와 달리 자산시장에는 지금의 이자율이 너무 낮은 셈이다.

중앙은행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딜레마다. 스웨덴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위기 충격이 가시는 듯하던 2010년부터 스웨덴은 긴축에 들어갔다. 0.25%이던 금리를 2.0%로 인상했다. 그럴 만했다. 성장률이 6%로 회복된 가운데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집값이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뒤 경제가 고꾸라졌다. “성급한 금리 인상”의 대표적 실패 사례가 됐다.

스웨덴의 정책금리는 지금 마이너스 0.35%,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 덕에 성장률은 3.5%로 회복됐다. 실업률도 6년 만에 최저치다. 그러나 금리를 못 올린다.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의 170%, 세계 최고로 불어나 있다. 물가는 마이너스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물가가 더 떨어져 부채의 실질가치가 늘어난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다 보니 집값이 연간 15%씩 오르고 있다. 3년 뒤에는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의 190%에 이를 전망이다. 중앙은행은 볼모로 잡혀버렸다.

초저금리는 아주 낮은 고도로 항공기를 운항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처럼 금리가 바닥인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경제가 얼어붙는다면 낭패다.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빚이 많아 역시 여의치 않다.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지난 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위원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자”고 주장했다. 경제와 물가를 아예 확실히 띄워놓자는 논리다. 긴축 시기를 재는 마당에서 보자면 뜬금없는 소리다. 그러나 언젠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달러를 빌리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 세상이라면 다른 나라의 금리도 비슷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세계가 스웨덴을 거쳐 일본이 될지도 모른다. 훨씬 더 입체적인 궁리를 미리 해두어야 한다.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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