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을 또다시 미뤘다. 연준의 통화정책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7일(현지시각)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어, 현행 0∼0.25%인 연방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찬성 9대 반대 1의 압도적 결정이었다. 연준은 이번에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어놨지만, 내년 인상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위원들 다수가 연내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10월에 올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번 결정은 소비 침체에 따른 저물가와 중국발 금융시장의 충격이 배경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의 고용시장은 탄탄하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 압력이 경제 활력을 제약하고 있으며 물가 수준의 회복도 늦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옐런 의장은 “우리는 특히 중국과 신흥시장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으로 성장이 둔해지겠지만, 문제는 대다수 분석가들의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성장이 침체할 위험이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연준이 과연 언제 금리 인상에 나설지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준은 올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여는데 현재 상황에선 많은 전문가들이 12월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 직후 미국 월가의 금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다수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응답자 17명 중 12명이 “연준이 12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2명은 “오는 10월 인상”을 예상했다. 나머지 3명은 2016년 3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아메리카 메릴린치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이번 결정은 기술적 지연으로, 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12월로 늦춰 놓았지만,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2006년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줄곧 금리를 내려왔으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부터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금리’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내년으로 인상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주장도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은 인상 시기를 결정할 때 물가, 세계 경기 등을 고려한다고 밝혔는데, 물가가 오르지 않고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가 더 불안한 상황으로 빠져들면 금리 인상을 고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준이 물가 지표로 삼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7월에 작년 동기 대비 1.2% 올라 연준의 목표인 2%와는 거리가 있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아시아 증시와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이상 낮출 여지가 없는 제로금리와 바닥 수준인 인플레율이 지속될 경우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일본이 그런 상황에 직면해있으며, 유럽도 물가지수와 금리가 제로 수준이 지속되면서 경제회복의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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