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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미 금리인상 드라이브 배후에 ‘침묵의 세력’ 있다”

등록 2015-09-06 20:44수정 2015-09-07 15:07

브래드 들롱 교수 “금리 높아야 수익 내는 미 상업은행들이 연준 압박”
오는 16~17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정책회의는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가장 중요한 경제적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여기에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IMF 등 공개적으로 인상 반대
연준 내에선 인상 필요론 계속
“은행들 이윤 고려 추진” 설도
16~17일 정책회의 분수령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일 금리 인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백히 함으로써, 이 논쟁의 불을 더욱 지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주말인 5~6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중앙은행장 회의의 의제설정 노트를 통해 “통화 정책은 실질금리의 조기 인상을 막는 데 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은 저유가로 기대됐던 경기부양이 실질화되지 못했고, 모든 선진국에서도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낮다며 이렇게 촉구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연준을 향해 “통계에 근거하라”며 “지금까지 의미있는 임금 및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상 조처를 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지난 6월에 연준이 내년까지는 금리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이 미국 연준의 정책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개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국의 임박한 금리 인상을 놓고 이견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통화기금이 금리 인상을 반대한 2일 연준은 금리 인상에 우호적인 통계를 내놓았다. 연준은 미국 각 지역의 경제상황 조사 결과를 담은 ‘베이지북’에서 미국의 실업률이 떨어지고 노동자를 찾기 힘들어지자 일부 기업들은 점점 커지는 임금 인상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임금 인상이 전국적으로는 부진하지만 중서부, 캘리포니아 북부, 뉴욕 같은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이 지렛대를 쥐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시장의 압박으로 야기된 임금 인상 압력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8월29일 미국 와이오밍 잭슨홀에서 열린 연준의 연례 정책심포지엄에서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달러화 강세와 유가 하락 등 최근 물가 상승을 억눌렀던 요인들이 이제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물가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금리 인상을)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연준은 마지막 정책성명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추가적인 개선이 있고, 인플레가 연준의 연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고 관리들이 합리적으로 자신할 때 첫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셔 부의장은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로 시작된 상황 변화가 새롭고, 우리는 여전히 이것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고 있어서, 나는 금리 인상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고 당장 결정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더 급박해질 것도, 덜 급박해질 것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이로 시작된 세계 자산시장의 요동에 연준이 매이지 않겠다는 신호다. 연준 내에서는 9월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들의 주장이 여전하다는 시사이기도 하다.

이번 금리 인상 논쟁에서 특이한 것은 반대의 목소리는 높지만, 공개적인 찬성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그만큼 연준 안팎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은 방증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미국의 대표적 통화 전문가인 제임스 브래드퍼드 들롱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는 ‘침묵의 세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투고한 ‘미국 통화 수축에 대한 교훈적인 역사’라는 기고문에서 “비우호적인 역사적 전례와 계속되는 경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통화를 수축하려는 연준의 적극적인 태도는 정책 결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는 상업은행들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상업은행들의 사업 모델은 그들이 예금자에게 줄 금리보다도 적어도 3% 이상을 더 벌어야만 작동할 수 있다”며 “그리고 이는 미국 금리가 현재보다도 높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짚었다. 현재 사실상 제로 금리인 미국 금리 정책으로는 돈을 못 버는 상업은행들이 연준에 금리 인상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에 우호적인 환경은 줄어들고 찬성하는 목소리도 없지만, 금리 인상 압력은 여전한 게 현재의 상황이다. 금리 인상에 찬성하는 쪽은 금리 인상 유예가 경제에 불확실성만 키우며 자산시장의 휘발성만 높이고 있다는 논리다. 이 논쟁의 열쇠를 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최근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는 16~17일 연준 정책회의의 결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틀거리고 있는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기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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