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에 담긴 생수들이 늘어서 있다. 올해 탄산음료를 제치고 음료시장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생수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은 환경파괴 우려가 있다며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밴 더 보틀’ 누리집 갈무리
코카콜라 등 업체 실적 견인해
올해 탄산음료 소비 앞설듯
페트병 환경파괴 초래 비판
미국 일부 도시에선 판매금지
올해 탄산음료 소비 앞설듯
페트병 환경파괴 초래 비판
미국 일부 도시에선 판매금지
코카콜라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체 음료 판매가 지난해 동기 대비 2% 늘었다고 밝혔다. 주력 상품인 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 수요가 별로 늘지 않는 상황에서 코카콜라는 어떻게 괜찮은 성적표를 냈을까? 답은 탄산음료가 아닌 비탄산음료, 그중에서도 ‘맹물’에 있다.
코카콜라의 2분기 실적에서 탄산음료 판매는 1% 늘었을 뿐이다. 유럽 시장의 경우에는 아예 판매 증가가 없었다. 다이어트 코크는 첨가제로 쓰이는 아스파탐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 등으로 판매가 7% 줄었다, 하지만 비탄산음료는 전체적으로 5% 판매가 늘었다. 부문별로 보면 차는 7%가 늘었고, 생수는 8%가 늘었다.
코카콜라뿐만 아니라 세계적 식품업체들의 최근 실적을 보면, 생수 판매 증가가 두드러진다. 에비앙 브랜드를 보유한 식품업체 다논은 2분기 생수 매출이 10.2% 늘었다. 다논 전체로 봐도, 지난해 기준 생수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6%였으며, 2011년 이후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비텔 브랜드를 갖고 있는 네슬레도 1분기 생수 매출이 7.4%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계 전체로도 생수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음료수 시장에서 탄산음료를 제치고 왕좌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봄 시장조사기관인 캐나딘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 생수 소비가 2380만ℓ로 2270만ℓ에 그칠 탄산음료를 제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인은 탄산음료를 1인당 31ℓ 소비해서 1인당 소비량 30ℓ인 생수를 가까스로 앞섰지만, 올해는 순서가 뒤집힌다고 했다. 캐나딘은 세계 음료수 시장에서 2008년 이후 탄산음료 판매 성장률은 평균 1.3%였지만 생수는 6%였다고 밝혔다. 캐나딘은 “아시아와 서유럽에서 생수는 탄산음료 소비를 이미 앞질렀으며, 동유럽에서는 올해 앞지를 듯 보인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적으로 보면 중국과 인도가 생수 판매 증가를 이끌고 있다며 “이들 나라에서 정부는 급속히 커지는 도시에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중산층은 생수를 더 선호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생수 판매 증가가 환경파괴를 부른다며 업체들의 생수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09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마을 번더눈은 조례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페트병 생수 판매를 금지했다. 번더눈 같은 작은 마을뿐만 아니라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도 공원 등에서 페트병 생수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한 19개 국립공원에서 음수대를 많이 설치하는 대신 페트병 생수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미국 대도시 중 처음으로 시유지에서 페트병 생수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도시가 됐다. 한국에서도 경기도의회에서 최근 조례를 통해 공공장소 페트병 생수 판매 규제안이 논의됐지만, 조례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환경론자들은 페트병 생수를 만들고 운송하는 데 물을 포함해 많은 자원이 낭비된다고 지적한다. 생수 판매 규제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인 ‘밴 더 보틀’(Ban the Bottle)은 미국에서 생수를 담을 페트병을 만들기 위해 한 해 1700만배럴의 석유가 사용되는데, 이는 한 해 차량 130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기름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인들이 지난해 사용한 페트병 생수가 500억개에 달하는데, 페트병 재활용률은 23%에 그친다고 했다.
생수 업체들은 이런 비판을 의식해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는 친환경 용기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문제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생수 생산지와 판매지가 지리적으로 먼 경우가 많아, 생수 운송에도 상당한 자원이 낭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판매되는 생수의 22%는 외국에서 들여온 것인데, 이 중에는 피지나 히말라야에서 취수한 것도 있다. 또 4년 연속 가뭄에 시달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지역의 생수공장에서 하는 생수 취수 자체가 수자원 고갈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적도 있다.
<생수,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책을 쓴 피터 글렉은 생수 판매 업체들이 생수를 건강한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수도 시스템의 문제를 생수로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 생수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에게 너무 비싸고, 부유한 이들만 접근 가능한 불평등한 물건이다”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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