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40달러 선으로 추락
전문가들 “추가 하락 가능성 커”
구리·알루미늄 등 원자재값도 약세
전문가들 “추가 하락 가능성 커”
구리·알루미늄 등 원자재값도 약세
브렌트유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공급 과잉까지 겹쳐, 원유 가격 하락은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3일 런던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49.52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대가 무너졌다. 전 거래일에 견줘 5.2% 폭락해, 지난달 6일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 폭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원유(WTI)도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 거래일에 견줘 1.95달러 떨어진 배럴당 45.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하락 원인의 일차적 원인은 공급 과잉 탓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산유량은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인데가, 미국과 핵협상을 타결한 이란은 경제 제재가 풀리는 대로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 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미국 정유시설 업체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내 석유 시추 시설인 리그(rig)수는 전주보다 5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셰일을 포함한 미국내 원유 생산도 증가 추세라는 뜻이다.
반면,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를 많이 수입하는 중국은 경기 둔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 잡지인 <차이신>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7.8로, 6월 49.4에 견줘 후퇴했다. 수요 공급 측면 외에도 원자재 가격 하락 요인은 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안에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며, 이는 달러 강세로 인한 유가 하락 압력 요인이 된다.
유가는 4일 아시아 시장에서 전날의 하락을 다소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시장조사 기관인 비엠아이(BMI)리서치는 “풍부한 공급량과 약세장 분위기 때문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45달러 부근에서 올해 최저치를 다시 경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른 원자재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조업 전반에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선행지표로 흔히 사용된다고 해서 ‘닥터 코퍼’라고 불리는 구리는 3일 장중 한때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구리 3개월물 선물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한때 t당 5142달러에 거래돼,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날 알루미늄 3개월물 가격도 t당 장중 한때 1601.5달러로 6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원자재 국제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로이터 코어 원자재지수가 3일 기준으로 12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199.30을 나타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로이터 코어 원자재지수는 원유, 금, 구리 등 19개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듯 보이며, 이 때문에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가 많은 중남미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원자재 가격 하락세 등을 이유로 올해 중남미 국가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0.9%에서 0.4%포인트 낮춘 0.5%로 전망했다. <시엔엔 머니>는 최근 중남미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 되고 있다며, 중남미 경제가 중국 경기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통화 가치 하락이라는 삼중고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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