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트로이온스당 1088달러
3~4분간 17억달러어치 쏟아져
미국 금리 올안 인상 전망에
원유 등 다른 원자재도 약세
3~4분간 17억달러어치 쏟아져
미국 금리 올안 인상 전망에
원유 등 다른 원자재도 약세
국제 금 가격이 한때 5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듯 보이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금 가격은 내리고 있다.
20일 아시아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31.1035g)당 한때 전거래일 대비 4% 넘게 떨어진 1088달러대에 거래됐다.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100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21일 오전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1100달러 이상으로 다시 올라섰지만, 하락 불안감은 여전하다.
20일 금값 폭락의 계기는 이날 중국 상하이금거래소에서 오전 9시29분께부터 2분여 만에 한꺼번에 금 매도 물량 5t가량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상하이금거래소의 지난주 하루 평균 거래량은 25t에 불과했는데 이날 갑자기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상하이금거래소와 함께 상하이선물거래소, 뉴욕상품거래소에서도 3~4분여 만에 금 매도 물량이 17억달러어치나 나왔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투기 세력이 대규모 공매도(주식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 약세장을 예상해 시세차익을 노릴 때 사용)를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주 중국 인민은행은 금 보유량이 2009년보다 600t 늘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증가치의 3분의 1 수준이라 주말부터 금값 하락 유인으로 작용했다.
금값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그리스 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 수준으로 유지해온 기준 금리를 이르면 오는 9월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 가치를 올리고, 달러 가치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많이 쓰이는 금 가격은 내려간다. 금값은 2005년 트로이온스당 500달러 이하였으나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9년에 트로이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금값은 2011년에는 트로이온스당 1920달러까지 올랐던 적이 있는데, 최근 시장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유지하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20일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50%는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21일 오후 2시30분께 1달러는 약 124.48엔 정도에 거래돼, 지난달 10일 이후 한달여 만에 달러 가치가 최대로 올랐다.
다른 원자재도 약세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물 가격은 21일 한때 배럴당 49달러대에서 거래돼,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내려갔다. 22개 원자재로 이뤄진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20일 96.1365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02년 이후 최저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씨티은행은 “금 시장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에 점점 좌우되고 있다”며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광채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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