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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미디어 재벌’ 머독은 아들을 신뢰할까

등록 2015-06-21 19:59수정 2015-06-22 15:32

둘째 아들 제임스 ‘폭스 승계’ 불구
‘막후 영향력 행사할 것’ 관측 많아
제임스는 불법 도청 스캔들 얼룩
‘주주·투자자들 불안감’ 해소 과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84)의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됐다. 둘째 아들인 제임스 머독(42)에게 다음달 1일부터 ‘21세기 폭스’(폭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주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제임스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사업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 월가의 관심이 모아진다.

폭스는 지난 16일 제임스의 승계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루퍼트와 큰아들인 라클런 머독(43)은 명예직과 엇비슷한 집행역 회장(executive chairman)을 공동으로 맡는다고 설명했다. 루퍼트의 사업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는 체이스 케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부회장직을 맡는다.

루퍼트가 이끄는 미디어 왕국은 두 개의 기둥으로 유지돼왔다. 폭스는 케이블과 방송, 영화 스튜디오, 위성회사 등을 총괄해왔고,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은 <월스트리트 저널>과 <폭스 뉴스>, <뉴욕 포스트>, <더 타임스> 등 신문·출판을 담당해왔다. 이번 발표로 제임스가 제국의 두 기둥 가운데 하나를 넘겨받은 것이다.

여든살을 넘긴 루퍼트가 후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는 간간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2년여 전까지만 해도 루퍼트의 자녀들이 회사의 대표를 맡을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제임스는 2011년 영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타블로이드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불법 도청 스캔들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 이 신문이 특종을 위해 유명인은 물론 살해된 여고생의 휴대전화 음성 사서함까지 열어본 것으로 드러나면서 결국 폐간으로 이어졌다. 제임스는 이듬해 이 신문이 소속된 영국의 뉴스인터내셔널 회장직을 사임하고 런던에서 뉴욕으로 근거지를 옮기며 사실상 ‘도피’를 했다.

큰아들인 라클런 머독도 경영권 승계 대상에서 한참이나 멀어져 있었다. 그는 루퍼트의 둘째-셋째 부인 간 경영권 다툼에 휩쓸려 2005년 그룹을 떠난 뒤, 사모펀드 등과 같은 자신의 사업을 꾸려왔다. 루퍼트의 딸 엘리자베스도 한때 잠시 후계자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그는 샤인그룹이란 자신의 회사를 차려 운영하다 2011년 아버지에게 6억7300만달러를 받고 팔아치웠다. 그 뒤로는 후계 대상으로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

그러나 루퍼트 머독은 지난해부터 두 아들을 다시 경영 일선으로 복귀시키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우선, 제임스를 폭스의 최고운영책임자로 승진시켰다. 당시 공동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던 체이스 케리한테 경영 수업을 받으라는 취지였다. 라클런한테도 뉴스코프의 비상임 공동회장을 맡기며 9년 만에 그룹으로 복귀시켰다.

제임스가 폭스의 최고경영자를 맡게 됐지만,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승계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제임스가 승계 과정의 연착륙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역설적으로 그의 아버지의 영향력과 명성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먼저, 750억달러짜리 미디어 제국을 만든 루퍼트가 순순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예일대 경영대의 제프리 소넨펠드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루퍼트의 전화는 여전히 바쁠 것이고, 그는 계속 결정들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아버지와 긴장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번째로, 제임스는 아버지뿐 아니라 주주 및 투자자들도 만족시켜야 한다. <시엔엔 머니>는 “투자자들은 제임스 머독이 아직 최고경영자가 될 준비가 덜 돼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할 수 있다”고 월가의 분위기를 에둘러 전했다. 노스이스턴대학의 테드 클라크 가족경영센터장도 “제임스는 아마 현미경 아래에 놓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를 전설적인 아버지와 비교할 것”이라며 “여기에 부합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호하고 지도력 있는 인물로 월가의 폭넓은 신임을 받고 있는 체이스 케리가 이번에 폭스의 부회장을 맡게 됐지만, 그가 계속 폭스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루퍼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그 역시 폭스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얘기다. 케리가 없는 폭스에 대한 투자가들의 불안감은 예상외로 크다.

큰아들인 라클런도 여전히 아버지의 곁을 지키고 있다. 뉴스코프의 최고경영자 자리가 라클런에게 돌아갈 경우, 루퍼트의 미디어 제국은 형제들이 공동운영하거나 분할통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루퍼트가 제임스에게 폭스를 맡긴 것은 뉴미디어에 대한 그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월가에선 분석한다. 폭스는 방송이나 인터넷 등 매체 간 경계가 무너지고 페이스북이나 애플과 같은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제임스는 온라인 광고 기술을 갖고 있는 뉴욕의 신생 기업 ‘트루엑스 미디어’ 등의 이사로 활동하는 등 디지털 쪽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클라크 센터장은 “가업이 이어져도 시대와 발맞출 필요가 있다. 제임스가 폭스를 이전과 같은 회사로 유지하려 한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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