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과의 점심’ 26억원에 낙찰 뒤
게임업체 회장 “꿈 이뤄졌다” 환호
미국서 열린 주총에 2천명 참석도
개인·기업, 국외투자 관심 증가 탓
게임업체 회장 “꿈 이뤄졌다” 환호
미국서 열린 주총에 2천명 참석도
개인·기업, 국외투자 관심 증가 탓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4)은 자신과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2000년 이후 해마다 경매에 부친 뒤, 낙찰 금액은 자선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버핏의 투자 철학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식사 한 끼에 수십억원을 내놓는다. 올해 버핏과의 점심은 중국 게임업체 다롄 제우스엔터테인먼트가 이달 초 234만5678달러(약 26억206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 회사의 주예 회장은 중국 언론에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하는 소감을 밝혔다.
중국 게임업체가 버핏과의 점심을 낙찰받은 배경에는 최근 몇년 사이 중국에서 불고 있는 버핏 열풍이 있다. 버핏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달 주주총회를 열었을 때 중국인 2000명이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까지 와서 주주총회에 참석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중국인 참석자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최근 참가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중국인 주주총회 참석자가 급증하자,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들에게 따로 공간을 내주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동시통역도 제공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외국어 동시통역은 사상 최초였다. 중국인들 중 일부는 버핏의 단골 스테이크 식당인 피콜로 피트에서 저녁을 먹고 버핏의 집 주변에서 사진도 찍었다.
버핏과 점심 낙찰을 받은 중국인도 올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펀드매니저인 자오단양이 210만달러(23억4610만원)를 내고 낙찰받은 적이 있다. 중국의 한 변호사는 2006년에 버핏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려다가 단념한 일도 있다. 버핏이 중국 의류회사 다롄다양트랜즈의 양복을 입는다고 하자 2009년 이 회사 주식이 70%나 뛴 적도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버핏이 중국 자동차업체 비야디 주식을 매도한다는 소문이 돌자 비야디 주식이 47% 폭락하기도 했다.
중국에 버핏 팬이 많은 것은 중국 주식시장 활성화와 국외 투자가 크게 늘어난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버핏은 자신이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해 “중국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나를 주식시장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지난달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도 한 중국인이 “중국에서도 가치투자 원칙이 통할 수 있느냐”고 묻자, 버핏은 “최근 중국 주식시장에 투기적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가치투자에는 국경이 없다”고 답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버핏을 찾아 오마하까지 온 중국인 투자가들이 “미국과 국제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중국 투자자금의 상징과도 같다”고 했다. 신문은 과거 중국의 국외 투자는 거대 국영기업들이 자원을 찾아 나서는 사례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개인과 민영기업이 부를 늘리기 위해 국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개인과 기업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다 보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에게서 가르침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버핏 개인이 중국 투자에 관심이 많은 점과 중국 언론매체들의 버핏 보도가 늘어 버핏이 더욱 널리 알려진 점도 중국인 버핏 팬 형성에 한몫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둔 기업인 푸싱은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사업 자체를 모델로 삼고 있다. 푸싱은 보험업을 기반으로 해서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제조업과 투자업까지 넓히는 전략을 취하는데, 이런 전략은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경영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푸싱은 지난해 한국의 엘아이지(LIG)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했으며, 최근 미국 보험회사 아이언쇼어를 인수했다. 푸싱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궈광창은 10년 안에 ‘제조업+보험+투자’의 버핏 모델을 중국에서 복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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