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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 돈은 없고 집세는 치솟고…미국 젊은 세대도 같은 고민

등록 2015-06-14 15:28수정 2015-06-14 15:32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주택 정원에서 부동산중개회사 직원이 이 집이 매물로 나왔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주택 정원에서 부동산중개회사 직원이 이 집이 매물로 나왔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세우고 있다.
주택 매매는 부진하고 임대료만 치솟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역시 같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가구들이 소득과 저축 부족으로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임대로 몰리고, 이는 신규주택 부족을 야기하며 임대료를 올리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런 현상이 향후 20년 동안의 새로운 주택시장 트렌드라며, 새롭게 형성되는 가구들은 집을 사지도 못하고, 임대료도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현재 주택소유율인 63.7%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민들에게 주택 구입을 장려하는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20년 전 수준보다도 낮다. 도시연구소(UI)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소유율은 적어도 15년 동안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대의 10년 동안 새로 형성되는 4가구 중 3가구가, 2020년대에는 8가구 중 7가구가 소수집단에서 나온다. 절반 이상이 중남미계 히스패닉 출신인 이 새로운 가구들은 미국 평균보다 더 적은 소득과 자산을 가질 것으로 예상돼, 주택소유율도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0~2020년대에 형성되는 새로운 가구들 중 주택을 소유하는 비율은 절반 이하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견줘 1990년대에는 새로운 가구의 4분의 3이 주택을 소유했다. 2020년에는 전체 가구의 주택소유율이 62% 이하로 떨어지고, 2030년에는 61%까지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도시연구소의 분석이다. 61%는 이 통계를 작성한 1965년 이후 최저다.

금융위기 뒤 주택 구입 포기 속출

임대로만 몰리자 임대료 급등

주택 소유율 63.7%…61%까지 떨어질 듯

‘저임금·학자금 부담’ 젊은 세대 지원 필요

거지 더 큰 문제는 임대료다. 주택보유 하락은 새로운 임대 가구 급증을 의미한다. 이는 임대료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금융위기 이후 엄격해진 주택대출(모기지) 심사는 이런 조류를 더욱 가속화한다. 임대료가 수입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 집을 살 종잣돈 저축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는 주택시장의 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가구 소득 증가를 방해한다.

향후 새로운 가구들은 구입할 수 없는 주택과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 사이에 낀 처지가 될 것이라고 미국의 최대 아파트 개발업자의 하나인 트래멀 크로 레지덴셜의 최고경영자 론 터윌리거는 경고한다.

한국에서는 치솟는 전셋값을 견디다 못한 이들이 결국은 주택 구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에서도 역시 이런 낙관적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르는 임대료는 주택 구입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것이라고 일부 경제분석가들은 말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히스패닉들이 비히스패닉 백인들에 비해 주택소유율이 낮지만, 최근 40년 동안 그들의 주택소유율은 꾸준히 높아져 왔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주택소유율이 63.5%로 떨어진 뒤 다음해부터는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1981년부터 1997년 사이에 태어난 약 7500만명의 ‘밀레니엄 세대’가 나이가 차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주택 건설이 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연구소의 로리 굿먼 연구원은 밀레니엄 세대의 가구들이 앞 세대보다 가난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올해 미국에서는 약 40만채의 아파트가 추가로 공급됐으나, 이 대부분은 도시의 젊은 전문직을 위한 고급 임대용이라고 터윌리거 최고경영자는 지적했다. 능력 있는 가구조차도 주택임대 부담이 커짐에 따라 임대에서 소유로 전환할 능력을 비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들은 앞 세대에 비해 임금 상승이 더디고 과중한 학자금 대출 상환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주택정책도 가진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있다. 미국 정부는 주로 세금 우대조처를 통해 연 2000억달러를 주택정책자금으로 풀고 있다. 이 중 4분의 3이 주택보유자에게 돌아간다. 가장 큰 부분은 주택대출금 이자 상환 공제로 연 100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의회 예산처에 따르면 연 16만달러 이상을 버는 상위 20%의 가구가 이런 세금 우대조처 혜택의 75%를 누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지원을 젊은 가족들이 주택 구입을 위해 저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택업자들은 주장한다. 저소득 주택에 대한 세금공제 쪽으로 재원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소유자를 희생시키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터윌리거 같은 주택업자들은 임대로 살고 있는 이들이 주택보유자로 전환할 수 없다면, 현재 주택소유자들이 집을 팔려고 할 때 누가 그 집을 살 것이냐며, 무주택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1980년대 베이비붐 세대들의 집 장만에 큰 도움을 줬던 모기지 증권을 고안해낸 금융업자인 루이스 라니에리는 “우리는 10년 안에 위기 속으로 급속히 돌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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